- 박유신 기자
- 승인 2017.01.06 15:53
“식량자급은 냉엄한 세계 질서 속에서 국민의 생존권과 국가의 자주권을 확보하는 기본 요건이다.”<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몇 년전까지만 해도 흔히들 식량자급의 중요성을 말할 때 ‘안보’이니 ‘무기화’니 하는 말들을 자주 언급하곤 했다.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개방화로 인해 전 세계의 농축수산물과 식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며 오히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속 깊이 깨닫는 이가 몇이나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사이 지구 온난화에 의한 대규모 가뭄과 홍수 등 예전에 없던 기상이변이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들의 육류소비 증가로 세계 곡물시장은 수시로 요동치고 있다.
세계적인 식량·환경문제 연구기관인 미국의 월드워치연구소가 21세기 인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핵전쟁이 아니 식량 확보를 위한 국가간의 분쟁이 될 것이라 경고한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식량대란이 예정된 일이라 보면 국민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국가와 지금의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1차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식량안보에 주목하다’라는 특집을 통해 전체 식량의 절반이상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가에 대해 심도 있게 깊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갈수록 떨어지는 곡물자급률
식량안보를 거론할 때 주로 이용되는 자료가 사료용 곡물소비를 포함한 국내 소비량 대비 국내 생산량 비율인 곡물자급률이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32번째로 낮은 곡물자급률을 가진 국가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로 178개국 중 128위, OECD 34개국 중 32번째로 나타났다. 이후 곡물자급률은 더 떨어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5년 곡물자급률은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3.8%로 OECD 회원국 중 32번째로 낮았다. 적어도 곡물자급에 있어선 5년이 지나도록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80%에 육박했던 곡물자급률이 1980년 56%, 1990년 43.1%, 2009년 29.6%로 떨어진 뒤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호주는 2015년 곡물자급률이 22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고 캐나다 192%, 프랑스 181%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열량기준 자급률로 보면 자급률 하락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와 일본의 열량 자급률을 비교하면 2000~2014년 우리나라는 51%에서 42%로 9%포인트 하락한 반면, 일본은 40%에서 39%로 1%포인트 하락한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곡물자급률이 낮다 보니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수입산 농축수산물 국내시장 잠식 심화
곡물자급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반대로 수입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농축산물 수입금액은 총 304억2700만달러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3%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 14.6%, 아세안 13.9%, EU 10%, 호주 8.3%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품목도 쇠고기, 돼지고기, 오렌지, 밀, 옥수수 등 거의 모든 농축산물과 사료곡물이 수입되고 있다.
# 식량안보의 중요성 재인식해야
한편 식량은 단순히 먹을거리의 공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농어업의 기능은 국토를 관리하고 환경을 정화해 삶의 터전을 유지·관리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을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없듯이 지속가능한 식량공급을 위해선 식량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앞으로 닥쳐올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식량 부족 없이 양질의 농축수산물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각오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