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양계농가에서 전력을 이용해 사용하는 사육용 난방시설 대부분이 국가에서 정하는 안전인증(제품검사와 공장심사를 통한 안전성검증)을 받지 않은 불법제품으로 드러나 이로 인한 축사화재 등 농가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양돈·양계농가에서는 어린 가축들의 보온을 위해 난방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등유 열풍기 등을 사용해 온 양계농가에서는 면세유 가격 상승에 따른 난방비 부담으로 전기난방시설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전열 난방시설들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제품으로 축사화재 등의 위험을 키우고 있어 농가피해가 우려된다.

# 안전인증 ‘선택’ 아닌 ‘의무’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은 국내·외 제조업자가 출고전(수입품은 통관전)에 모델별로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인증을 받은 후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인증대상 전기용품 195개 품목을 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여기에 동물부화·사육용 히터(K60335-2-71)가 포함돼 안전인증을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법 25조는 정부에서 정하는 품목 중 안전인증 등의 표시가 없는 안전인증대상 전기용품을 판매·대여하거나 판매·대여를 목적으로 수입·진열 또는 보관한 자, 판매를 중개하거나 구매 또는 수입을 대행한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동물사육용 전기 난방시설을 생산하는 축산기자재업체 중 I업체를 제외하고는 안전인증을 받은 곳이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I업체 관계자는 “안전인증을 받는 것은 매년 발생하고 있는 축사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며 “안전인증 필요성에 대해 알려 이와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인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까다로운 KC인증, 일부 업체 실내용 인증 판매

국내 전기용품에는 그 용도와 기능에 맞는 KC인증 규격이 있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실내용·조명용 인증을 받아 양돈·양계농가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물사육용 전열기기(K60335-2-71)’ 인증이 실내용·조명용 인증에 비해 시험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동물사육용 전열기기에 대한 시험규정은 일반가정보다 열악한 축사환경을 고려해 방수, 내열성, 제품구조와 부품선정 등 다양한 항목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에 전기스토브 등과 같은 실내용 난방기(K60335-2-30)와 고정형 할로겐등기구 등과 같은 조명용(K60598-2-1) 제품인증은 방수나 내열성 등에 대한 적용기준이 낮고 적용항목 또한 적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사육용 전열기기 제조업체가 실내용·조명용 인증을 받아 고의나 의도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동물사육용 전열기기면 양돈·양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합한 기준을 거쳐 판매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 축사화재 주원인 ‘전기·전열 난방시설’

매년 발생하고 있는 양돈·양계장 화재의 주원인이 전기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불법 전기난방제품으로 인한 화재위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방방재청 화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돈사 화재는 179건, 계사 화재는 98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각각 118억 114만원, 3억6148만원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돈사 화재는 179건 중 100건, 계사는 98건 중 55건이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전기·전열 과부하 등이 축사화재의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이러한 시설들이 안전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화재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축사화재를 겪은 한 농장주는 “축사가 오래된 것도 문제였지만 화재원인은 전열시설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새로 지은 곳에는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모두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축사화재발생 시 보험사가 피해조사를 통한 보상액 책정과정에서 이러한 전기·전열시설에 의한 화재로 밝혀질 경우 시설이나 제품 등의 국가인증여부를 확인, 미인증 제품으로 인한 화재는 보상액을 차감하는 등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가에서 국가인증제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 양계농가 수요 증가, 정부는 불법제품 보조

최근 양계농가의 전기·전열 난방기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계사에 사용하던 등유 열풍기가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계사에 카본등, 카본히터로 설치 중인 전기·전열 난방기는 모두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제품으로 농가 안전은 무시한 채 정부와 각 지자체의 보조 사업으로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관리 당국의 집중단속·관리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설치비용 등에 맞춰 업체와 제품을 선정하는 것은 농가의 선택사항”이라며 “이러한 부분까지 간섭하고 관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인증 제품 유통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한 후 홍보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법 전기·전열제품에 대한 단속을 하고 있는 전기제품안전협회 관계자는 “전국 양돈·양계농가를 대상으로 불법제품·시설을 확인하고 단속하는 것은 시간적, 인력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며 “불법제품들이 설치돼 있는 농장이나 제조업체를 알려주면 즉시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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