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치품'' 전락…소비자 인식개선 우선
- 기술향상·합리적 단가 ''경쟁력 강화''
- R&D 체계구축…해외수출방안 검토

한·중 FTA 타결에 따라 화훼산업은 저가 중국산 화훼류 난입에 따른 산업붕괴위기와 고부가가치 화훼류 대중국 수출을 통한 산업 활성화라는 갈림길에 서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열린 ‘한·중 FTA 품목별 대책 좌담회-화훼 부문’에서 전문가들은 한·중 FTA에서 화훼 40품목 중 23개 품목이 양허 제외돼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화훼에 대한 국내 소비자인식이 ‘사치품’으로 전락한 점을 감안, 향후 화훼 관세가 철폐되면 화훼산업을 지키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화훼산업은 소비자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산학연이 함께 노력해 현장에 맞는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력은 높이고, 생산단가는 낮춰 시장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개최된 좌담회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일시: 2014년 11월 17일 (목요일)
장소: 농수축산신문사 4층 회의실
좌장: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토론자:
△강경원 (사)한국화훼협회 부회장
△서진교 대외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송기복 aT화훼공판장장
△이영식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장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가나다 순)

정리:신재호, 이예람 기자
사진: 엄익복 기자

△정영일 이사장 = 화훼류는 대부분 양허제외품목으로 선정됐으나 향후 개방 시 대처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중 FTA에 관련해 화훼산업의 당면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이영식 과장 = 한·중 FTA에서 화훼 40품목 중 23개 품목이 초민감품목으로 양허 제외됐다. 그러나 이미 중국에서 화훼수입이 이뤄지고 있어 한·중FTA가 화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강경원 부회장 = 1990년부터 개방이 이뤄진 화훼시장은 협상이 완만히 이뤄지고 있다. 화훼수출입에 관한 검역 정책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관리과, 농촌진흥청 등 관련 기관과 논의해 정해야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서진교 실장 = 중국이 대규모 화훼단지 조성으로 한국 수출 시장 판로를 연다면 기술과 품질 격차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화훼산업 기술은 중국에 비해 상당히 우수하고 중국이 구매력을 갖춘 큰 시장인 만큼 중국 시장 진출방안에 초점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

△송기복 장장 = 중국은 생산비 부문에서 한국보다 훨씬 유리하다. 특히 중국은 ‘10대 수출작목’ 중 하나로 화훼를 육성하고 있어 대형재배농가가 즐비하다. 또한 육로 수송이 주로 이뤄져 콜드체인시스템 등의 기술도 선진국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 이에 우리 화훼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정영일 이사장 = 화훼부문에서의 검역 문제와 수출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꽃은 경제여건에 따라 수출입 산업이 변화하는 민감한 시장이다. 중국이 한국의 노란색 동양난을 선호해 선물용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 수출 비율이 높았지만 엔저로 감소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2003~2007년에는 국내 주택 발전으로 선물용 판매가 많이 이뤄졌지만 이후 판매량은 급감했다. 국내에서 화훼는 행사용 판매가 많이 이뤄지는데 ‘세월호’ 여파로 행사 대부분이 취소·축소돼 판매율이 현저히 줄었다.

△강경원 부회장 = 행사용으로 소비되는 꽃 소비 문화가 조성되다보니 화훼 산업이 불안정하다. ‘꽃은 사치품’이라는 고위공직자의 발언으로 화훼산업이 축소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화훼산업에 대한 간접적인 살인이나 다름없다.

△이영식 과장 = 화훼농가는 1만호에 이르며, 생산액은 7000억~1조 원대이다. 올해 화훼 총 생산량은 지난해와 비슷하나 면적대비 생산량은 25% 감소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시설투자가 미비해 고품질 화훼생산이 어려워 졌음을 의미한다.

△송기복 장장 = 도매시장은 화훼생산물을 수집, 분산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형법인도 만들어 소비축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공판장은 기존 법정도매시장의 농가-법정도매인-중도매인-소비자 유통구조를 농가 직거래로 변화시켜 수익구조 개선에 나서야한다. 더불어 온라인직거래 등 다양한 유통거래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품질 안정화, 수급조절 기능 정상화도 시급하다. 또한 제도권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수입화훼 소득을 자조금 등으로 활용하는 등 생산 수입에 대한 협의를 거쳐야한다. 계절 관세를 통한 국내화훼농가 지원방향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강경원 부회장 = 최근 난 사업 중심으로 육종 사업이 시작돼 종묘의 13~14%가 한국품종으로 대체됐다. 양난심비디움, 동난심비디움, 호접난 3개 품종에 대해 중점적으로 개발됐다. 일본에 비해 낮은 가격경쟁력을 ‘한국산 품종’ 차별화 보완, 수익을 10~15% 가량 증대시켰다. 이는 화훼사업에서의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난 산업은 기술력이 완비돼도 난방비가 늘 발목을 잡는다. 이에 서산 등 화력발전소에 화훼 수출단지를 조성해, 에너지를 절감시킨다면 최상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태호 교수 = 화훼는 시설재배를 하는 만큼 난방비절감이 고수익 창출의 관건이다. 지열을 통해 난방비를 절약하는 방안도 있으나 영세농이 투자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에 단지화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정영일 이사장= R&D체계 확립이 연구과제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 화훼품종 연구개발은 민간이 참여해 현재 농가에서 필요한 기술을 보급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강경원 부회장= 일부 도 농업기술원이 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농가에 필요한 품목 위주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나 대개 논문수, 특허 건수 등에 대한 결과에 연연하고 있다. 현재 실질적인 농가지원에 대한 연구 개발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영식 과장= 생산 측면에서는 에너지절감에 노력을 기울이고 유통 측면에서는 화훼에 대한 선진 유통체계를 구축해야한다. 소비자들의 생활원예화로 원활한 화훼산업의 사이클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산학연은 신품종 육종으로 화훼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교수 참여위주의 품종 개발연구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 기술개발은 교수들이 과제를 따기 쉬운 평가방안을 가지고 있어 교수 참여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평가방안 개선을 통해 수요자가 필요한 연구가 요구된다.

△강경원 부회장 = 선진국의 민간참여개발은 50%이나 우리나라 민간참여개발은 5% 미만에 그친다. 하지만 민간참여개발은 민간 주도로 이루기 힘들어 학계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태호 교수 = 품종 연구 개발은 해외 종자 로열티 대처 차원으로 농진청이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지원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학계는 수요 방향을 몰랐고 농가는 정부 개발 품종임에도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그러나 정부 개발 품종이라고 로열티를 부과하지 않으면 품종선호도와 연구 내실을 깍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서진교 실장 = 종묘, 난묘 R&D를 체계적으로 갖춰 중국수출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면 중국시장 뿐 아니라 제3세계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정영일 이사장 = 화훼산업발전방향으로 3가지 방안이 거론됐다. 첫째는 지식집약형 산업인 만큼 R&D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수요를 늘리고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내수 확대와 수출시장을 아우르는 판로 확대다. 세 번째는 국제화에 맞는 성장 동력 확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경영, 클러스터 경영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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