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트렌드를 읽어야 시장에서 성공하는 상품이 보인다. 농축수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농축산물의 경우 품종에 따라 10여년의 육종기간이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시장 흐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가능한 선에서 소비지에서 원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최근 ‘대박신화’를 새로 쓰고 있는 한 제과회사의 감자스낵 ‘허니버터칩’. 이 스낵이 성공한 것도 SNS를 비롯한 입소문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짭조름한 맛 위주의 감자칩 시장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해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 시장을 리드해가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식품소비형태조사’는 국내 식생활과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라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매하는 가구는 15.4%로 나타났으며 이 중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비중이 56.8%나 됐다. 또 눈에 띄는 것은 대형유통업체의 인터넷 구입 비중이 전년대비 5%P 증가한 28.7%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식품을 구입하는 주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배달을 해주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또 친환경 식품을 구입하는 가구는 34.9%였으며 이 중 10% 정도는 주1회 이상 친환경식품을 구입하고 가구의 절반(47.5%) 정도가 기능성 식품을 섭취한다고 답했다.

쌀은 아직까지 20kg대 포장을 구입하는 비중이 57%로 많았으나 10kg대 이하 포장을 구입하는 비중도 33.8%나 됐다. 친환경인증쌀과 GAP(농산물우수관리)인증 쌀을 가끔 또는 자주 구입하는 가구는 26~30%로 나타났고, 즉석밥 구입도 19.2%로 전년대비 3.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잡곡밥을 먹는 가구는 40.1%나 됐으며 백미밥과 현미밥을 혼합해 먹는 가구는 24%로 전년보다 3%가량 증가했다. 채소는 벌크 형태 구입이 59.5%로 많았으나 소포장 형태로 구입하는 가구도 40.3%나 됐다.

육류 중 일반 가정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돼지고기의 경우는 찌개나 반찬용 구입시 비선호부위인 ‘전지’구입 비중이 증가한 것도 눈에 띤다.

건강, 웰빙, 간편 등 최근 소비자 키워드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이같은 조사 결과 이외에도 시장에서는 이미 제사상에나 올리는 ‘대과’ 위주의 과일보다 한 입에 먹기 편한 ‘중소과’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 손으로 다 쥐기도 어려운 만치 큰 사과와 배, 배구공보다 더 큰 수박이 주로 출하되는 등 농축수산업 분야의 상품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FTA(자유무역협정) 등 시장 개방 보다 더 위협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최상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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