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좀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가졌건만 더 암울한 듯하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다. 2년 3개 월 만에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그나마 뒷걸음질을 치지 않은 걸 위안으로 삼아야할 형편이다.
경제성장률만이 아니라 농축수산물가격도 2년 3개월 동안 뒷걸음질을 치면서 농어업인들 가슴을 숯 덩어리처럼 만들어 놓았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1월주요경제지표에 따르면 농축수산물가격지수는 2012년 9월 117.8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는 12월만 제외하고 농축수산물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107.91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약간 올랐지만 반등세를 탔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주요 농축산물소비자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배추, 양파, 고춧가루, 양배추가격이 평년보다 30% 안팎이나 폭락했다. 농축수산물가격 하락은 농어업인 소득감소와 농수산업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왜 이렇게 농축수산물가격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마냥 끝없이 추락하는가? 올해는 구제역과 고병원성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그동안 연초에 열린 농업전망대회마저 연기돼 답답한 농업인들 마음을 더욱 갑갑하게 하고 있다.
농축산물가격 하락세를 두고 혹자들은 올 것이 왔다고 한다. 농축산물시장이 활짝 열린, 이에 따른 예견된 결과라는 독설까지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수입 농축수산물이 물밀 듯이, 그것도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관세도 물지 않던가, 낮은 관세로 수입되고 있으니 국내 농축수산물이 설자리가 있겠느냐는 진단이다.
국내 경기상황 역시 최악이다. 국내외 경제기구나 민간연구소들은 경제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성장률을 낮춰 잡고 있다. 전망이 불투명하면 열었던 지갑도 닿는 게 만물의 이치다. 악순환의 굴레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이랴? 국내 인구구조는 소비를 위축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피라미드는 송이버섯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40대중후반부터 50대 인구가 송이버섯 갓처럼 가장 많고, 60대 이상인구가 증가하는 반면 1세부터 30미만 인구는 송이버섯 자루 같고, 30대 인구도 급격하는 줄어드는 구조이다. 이 같은 인구구조는 소비패턴 자체가 변화하고, 소비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어린아이가, 10대 청소년이, 20대 청년이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비가 늘어날리 만무하다. 고령층 역시 소비가 줄어드는 계층이다.
국내 가구구조 역시 소비감소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에 4인 중 1인이 나홀로 가구원이다. 2013년 1인가구 비율은 25.9%에 달했다. 2014년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고, 나홀로 가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1~2인가구 비율은 2013년 현재 52.8%로 추정된다. 이들의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축수산물을 구입하는 횟수도, 한 번에 구입하는 양도 줄어든다. 우리 농축수산물 소비가 이른바 삼각파도라는 위기를 맞고 있는 게 현 상황인 셈이다.
우리 농축수산업을 둘러싼 상황은 FTA개방반대를 외치는 사이에 빛의 속도로 엄청나게 변화됐다. 옛 말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고 했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온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책도 바뀌어야하고, 농어업인들의 생산방식과 유통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최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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