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이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소비침체 속에 원유생산이 증가한 결과다. 한마디로 수급불균형에 기인한다. 공급과잉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낙농 강국인 유럽의 주요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내수침체와 FTA(자유무역협정)로 대변되는 시장개방이 주요인이고, 유럽 주요 국가들은 대 러시아 수출중단에 따른 공급과잉 때문이다. 어찌됐든 원유 공급과잉 결과 국내 분유재고는 올해 들어 2만 톤을 훌쩍 넘어섰다. 사상 최대다.
공급과잉으로 낙농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애지중지 키워 온 젖소를 도태하고 있다. 유가공업체들 역시 뻔히 손해 보는 줄 알면서도 남아도는 원유를 주체하지 못해 값싼 분유로 돌리면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반면 낙농제품 수출국들의 공세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주 킨텍스에서 열린 ‘SEOUL FOOD 2015’ 해외전시관은 세계자연치즈품평회장을 방불케 했다. 유럽, 남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의 모든 낙농국가들이 한국치즈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낙농제품시장이 깊은 시름을 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연치즈시장은 매년 두 자리 수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치즈(치즈 전단계인 커드 포함)는 모두 9만7215톤에 달한다. 이는 2013년보다 14.3% 늘어난 양이다. 올해 1분기 수입량도 2만8205톤에 달해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치즈 수입량이 10만 톤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올해 치즈수입량을 원유로 환산하면 국내 낙농가들이 생산하는 원유양의 절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국내 낙농가와 유가공업체들은 넘쳐나는 원유로 홍역을 열병을 앓고 있지만 자연치즈시장 만큼은 정반대 상황이다. 그리고 성장하는 시장은 고스란히 낙농강국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낙농유가공산업이 맞고 있는 위기는 국내 농업이 전반적으로 안고 있는 상황이고 문제다. FTA확대로 수입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는데 따른 결과다.
정부는 이 같은 농업의 위기상황 하에서 수출과 6차산업화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려고 하고 있다. 수출은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의 6차산업화는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기회요인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다.
대관령에 자리한 바람마을치즈체험장은 원유를 P사에서 구입해와 내국인은 물론 동남아국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치즈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성황리에 운영하고 있다. 낙농을 직접 하지 않다보니 원유를 외부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1차, 2차, 3차산업이 어우런진 6차산업화가 아니라 2차와 3차산업이 어우러진, 이른바 아웃소싱 방식의 6차산업화라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그것도 농가 스스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유럽의 낙농업계는 중국자본을 유치해 분유공장을 설립, 남아도는 분유를 중국으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분유 안전성은 유럽 낙농국가가 보증하고, 수출은 중국업체에 맡기자는 전략이다.
그렇다. 국내 낙농산업의 위기는 낙농가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돌파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자연치즈시장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일부 낙농가들은 이미 자연치즈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차제에 자연치즈 국산화에 나서서 낙농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도약시키는 플랜을 추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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