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경제의 가장 큰 근심거리는 일자리의 부족이다. 왠만한 일자리는 기계, 로봇, 소프트웨어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계가 자동차나 휴대폰을 만들고, 은행마다 설치된 자동화기기는 24시간 쉬지 않고 예금, 대출 등 수십 명 분의 일을 처리한다. 무인자동차가 실용화 되면 운전사가 직업을 잃고, 자동차보험회사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팀은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 기계의 확산은 또 다른 이유로 일자리 부족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 과거에는 자동차와 휴대폰 판매수익 중 상당부분이 임금으로 분배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지금은 수익의 대부분이 소수의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그래서 근로자의 소득 저하 → 소비 침체 → 기업의 가동율 저하 → 실업 확대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초기 근로자들은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기계파괴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기계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농업, 제조업, 건축업, 서비스산업 등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 결과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류문명이 계속 발전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 틀림없다. 과연 일자리를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나는 농업과 식품산업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지능형 소프트웨어산업, 환경보호산업, 건강 및 의료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게 되겠지만, 농업과 식품산업도 그에 못지않은 일자리의 보고가 될 것으로 믿는다. 지구촌 전체로 식품을 소비하는 인간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또 소비의 질도 높아지고 있어 산업의 규모 자체가 계속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농업은 이러한 추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해외 농산물시장을 개척한다면,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한국농업의 규모를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로 키울 수 있다. 또 한류를 등에 업고 식품수출도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농업과 식품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첨단온실 등에서 고부가가치 농업을 하는 것은 분명 젊은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직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종자산업, 온실산업, 식품가공산업, 친환경방제산업 등 연관 산업에서 수만 또는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비록 농업인 전체의 숫자는 고령농업인들의 은퇴로 인해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농업과 식품산업 분야에 신규로 취업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세계를 상대로 역동적인 활동을 하게 될 전문경영인이다. 전문지식을 갖추고,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투자해서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상품을 만들 것이다. 문제는 이들 젊은이들의 희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뒷받침 하느냐 하는 것인데, 농업분야에서도 벤처기업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식 및 자본조달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 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농업과 식품산업이 일자리 부족시대에 일자리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일자리를 해외의 다른 나라 사람에게 넘겨주고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실업으로 고통 받는 젊은이들에게 농업과 식품산업에서 미래희망을 찾도록 했으면 한다. 꿈은 간절히 바라고 또 행동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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