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판·가공·외식 '복합형 FPC'…전 과정 저온유통시설 구축

복잡한 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 어업인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수산물을 섭취하도록 건립된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강원 속초시 청호동 일대 항만부지 2만5450㎡에 건립된 속초수협 FPC는 국내 2번째로 준공된 FPC로 수산물 유통·가공뿐만 아니라 입지조건을 활용한 외식사업까지 가능한 복합시설로 마련됐다.
  2011년 5월 12일 사업계획서 제출 이후 5년여만에 준공된 속초수협의 FPC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찾아가봤다.

▲ FPC에 마련된 폐쇄형 위판장의 전경. 새로 만들어진 위판장에서는 비위생적인 수산물 취급관행을 근절, 위생적이고 안전한 수산물을 공급할 수 있게됐다.
▲ 속초수협 FPC에서 근무자들이 수산물 가공작업을 하고 있다

# 위판·가공·유통·외식을 한번에
  속초수협 FPC는 단순히 수산물 유통·가공만을 수행하는 FPC는 아니다.
  연간 1000만명이 찾는 관광지이자 속초 인접 지역 어업인의 수산물이 모여드는 거점이라는 입지를 활용, 수산물의 양륙, 위판까지 모두 수행하는 복합형 FPC로 마련됐다.
  총 사업비 180억원을 투입해 건립된 속초수협 FPC는 외부의 오염원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폐쇄형 수산물 위판장 1208㎡와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위한 가공공장 3380㎡, 소비자들이 언제든 FPC를 찾아 신선한 수산물을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장 3096㎡ 등을 핵심시설로 하고 있다.
  또한 FPC를 찾은 소비자들이 FPC에서 유통·가공되는 수산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 할 수 있는 견학로를 만들었으며 건물 3층에 휴게시설을 마련, FPC사업장을 찾은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조합을 찾는 어업인들이 언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재기 속초시수협 조합장은 “아직까지는 운영이 100% 안정되진 않았지만 오는 9월 무렵이면 FPC의 운영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조합에서는 숙련된 가공인력을 확보하고 최적화·안정화를 거쳐 내년부터는 수산물 위판금액과 가공·유통 금액 등이 500억~6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수산물 위생·안전 ‘최우선’
  속초수협 FPC는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어업인들이 어획한 수산물은 FPC 바로 앞에 위치한 접안시설을 통해 양륙된 후 곧바로 FPC내 위판장으로 이동, 저온이 유지된 가운데 위판이 이뤄진다.
  ‘바닥경매’로 불리던 비위생적인 수산물 취급관행이나 전국 산지 위판장에서 이뤄지는 비위생적인 관행 역시 없앴다.
  어업인이 어획한 수산물은 양륙에서 위판까지 모든 과정에서 팔렛트에 올려져 이뤄지도록 했으며 위판장 시설은 폐쇄된 가운데 저온유통시설로 마련된터라 흡연이나 수산물을 발로 차는 등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비위생적인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했다.
  여기에 위판을 끝마친 수산물은 저온이 유지된 가운데 선별·포장돼 창고로 입고되거나 소비지로 옮겨지도록 했다.
  가공시설 역시 마찬가지다.
  FPC 내 가공시설은 염지 등 단순 가공수준에 머무르긴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가공이 이뤄지는 전 과정이 HACCP인증을 고려해 설계됐다.
  강형민 속초시수협 총무과장은 “수산물도 이제 HACCP은 필수인증으로 자리 잡았다”며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HACCP이 아닌 식품은 취급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일 정도로 수산물 위생·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조합 FPC도 수산물의 위생·안전성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입지 특성에 맞춘 FPC 필요
  FPC사업은 수산물 유통구조개선사업에서 핵심이 되는 사업으로 수산물의 가공·유통이 핵심적인 기능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수협에서 가공·유통만으로는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속초수협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속초시수협의 경우 연간 위판량은 300억원 수준으로 가공·유통에만 집중된 FPC가 설립될 경우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FPC건립 당시 정책당국에서는 소매장이나 회센터 건립이 아닌 수산물 가공·유통 시설의 점유율을 높이라는 주문이 이어졌던 터라 사업이 지연된 바 있다.
  이상수 속초시수협 상임이사는 “처음 FPC 건립을 추진할 때 정부에서는 위판장과 가공장을 각각 30%, 40%를 점유하도록 요구했었는데 위판장과 가공장의 비율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위판량이 매우 많은 일부조합을 제외한다면  사업추진이 쉽지 않다”며 “정책당국에서 FPC를 추진하는 조합과 해당 부지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FPC의 형태를 인정한다면 FPC사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김재기 속초시수협 조합장 

  “금융업 여건변화를 보면 앞으로 수협들의 경영전략은 경제사업이 핵심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호금융사업을 조합의 주요 수익사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색을 갖추기 위한 사업으로 하고 유통·가공·판매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죠.”
  김재기 속초시수협 조합장은 최근 상호금융업 규제 강화 등으로 금융업 여건이 악화됐다는 점을 꼽으며 일선수협의 미래는 경제사업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 조합장이 경제사업을 강조하는 것은 속초시수협의 현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속초시수협은 직원이 총 100여명인 조합으로 이중 상호금융 본점과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 2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도·경제사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수산물 유통·판매는 부서를 세분화하고 각 부서당 10~20여명이 근무할 정도로 경제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 조합장은 “유통·가공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현재 2개인 FPC는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FPC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앙회의 소비지분산물류센터 등을 지속적으로 확충, 수협이 수산물 유통·판매에서 핵심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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