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 관계개선·사업다각화 '긍정' -고유목적사업 '글쎄' -협동조합정체성 '아직'

▲ 지난 4월 열린 제24대 수협중앙회장 취임식에서 김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 회장 취임이후 수협중앙회에는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취임한지 5개월에 접어들며 수협 내외부에서 눈에 띄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당국과 우호적인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협동조합으로서 수협중앙회의 정체성이나 자회사 대표이사를 둘러싼 표적감사 논란 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취임 5개월간 달라진 수협중앙회의 모습을 짚어본다.

# 정책당국과 관계 '맑음'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취임하며 달라진 첫번째 점으로 정책당국과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점을 꼽았다.
이종구 전 수협중앙회장 재임 당시 어업인의 입장에서만 정부를 대하다보니 어업인을 대변하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은 확고히 했지만 어업인 지원에 머리를 맞대야 할 정책당국과의 관계는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 회장이 취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정책당국자들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김 회장 역시 적극적인 어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어업인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업인의 편에서 정부와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곤란하다"며 "김 회장이 취임하며 정책당국과의 관계가 개선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라고 말했다.

# 신사업 적극 추진
수협중앙회가 기존의 사업영역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려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김 회장 취임후 수협중앙회는 노량진수산시장 2차 부지의 복합카지노 리조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제주-인천간 카페리 사업 추진도 검토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수익사업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사업영역들을 발굴해나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복합카지노리조트 사업은 수협중앙회의 고유목적사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협법 138조에 따르면 수협중앙회는 교육·지원사업과 경제사업, 신용사업의 전부나 일부를 수행할 수 있는데 복합카지노리조트는 이들 사업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수협법에는 교육지원사업으로 △회원조합의 조직과 경영·사업에 대한 지도 및 조정 △조합원과 회원조합 직원에 대한 교육 △회원과 조합을 위한 조사·연구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보조금 지급 △회원에 대한 감사 △기타 회원과 조합을 위한 권익 증진사업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경제사업은 △회원과 조합원을 위한 구매·보관·판매·제조사업 △공동사업 및 업무대행, 수산물 처리·가공 및 제조 등이며 신용사업은 은행법에 따른 은행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신규로 추진하는 사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업인과 수산업발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고유목적사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 유통구조개선, 우선순위 밀려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수산물 유통구조개선이나 수산물 판매확대 등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
김 회장은 취임식에서 "우리 어시장과 유통은 광복 이후의 전근대적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이제 수산업의 문제는 바다가 아닌 시장에서 해결해야하고 유통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수산물 유통구조개선과 경제사업 확대를 수협중앙회 제1의 사업목표로 꼽았다.
하지만 취임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수산물 유통구조개선과 경제사업 활성화보다 복합리조트와 카페리사업에 대한 언급이 늘었으며 공식석상에서 수산물 유통구조개선에 대한 언급은 눈에 띄게 줄었다.
FPC(수산물산지거점유통센터)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문제로 인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전혀 진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수협중앙회의 인천 소비지분산물류센터 건립사업 역시 한도외 예산으로 분류, 정체상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경제사업 활성화와 유통구조개선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김 회장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인사문제에 '시끌'
수협중앙회는 인사문제로 여전히 내홍을 겪고 있다.
김 회장 취임초기 김영태 지도경제대표이사를 비롯한 상임임원진들의 일괄사퇴설이 흘러 나왔으며 김 회장이 중앙회의 경영평가와 무관하게 김 대표이사와 상임이사들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직까지도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
김 대표이사와 상임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는 가운데 수협중앙회 자회사 4곳 중 2곳의 대표이사가 수협중앙회의 감사 직후 사표를 제출, '감사만 하면 사표를 낸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서정욱 감사위원장의 선출을 기점으로 공석인 임원급의 자리에는 '옛사람'이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푸념과 함께 수협중앙회의 운영에 김 회장의 멘토격인 박종식 전 수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잡초처럼 자라나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인사나 운영을 둘러싼 파열음이 나오는 것은 수협중앙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같은 불만을 해소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조직의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적쇄신만 하려 들 경우 중앙회 임직원이 눈치만 보게 만들 수 있다"며 "협동조합으로서 수협중앙회가 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협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일선 수협조합장들의 역량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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