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거주하는 인구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구촌 인구의 대부분이 농촌에 살고 있었는데 그 많던 인구는 다 어디로 갔으며, 도대체 농촌인구는 언제까지 줄어들 것인가? 앞으로 또 농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혹자는 농업정책이 실패해서 농촌인구가 줄었다고 불평을 하지만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것은 한마디로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지금은 인구 100명 중 2~3명만 농업에 종사해도 그 나머지 사람들이 먹을 만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 97~98명은 농업이 아닌 다른 산업 활동에 종사하면서 인간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도시의 삶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는 물과 식량, 에너지라고 할 수 있겠는데 팔당 댐의 물이 꼭지만 틀면 서울 어느 가정의 수도에서 콸콸 쏟아지고, 산지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농수산물이 그 날 저녁이면 도시가정의 식탁에 오르며, 밥을 짓거나 난방을 하는데 매일 땔감을 구할 수고로움을 도시가스가 대신해 주는 세상이다.
  이렇게 도시의 삶이 편리해졌는데 그리고 돈벌이도 농촌에 비해 아주 풍부해졌는데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지 않을 수 없다. 혹시나 요즘 증가하고 있는 귀농 귀촌인구가 사람들의 도시집중 추세를 완화시키거나 농촌인구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아마도 지구의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한 사람들의 도시집중을 막을 방법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를 두고 농업 농촌은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해야 할까?
  첫째 농업인구가 줄어들면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규모화된 ‘농장’ 개념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 내 땅이든 아니면 빌린 땅이든 농지는 농장 단위로 집적되고, 그래서 보다 넓어진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을 크게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농업인들이 자본과 기술에 얼마만큼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미래 농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둘째 농업인구가 소수 정예화 되면 보다 쉽게 협동조합 방식의 농산물유통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인들이 협동조합 중심으로 뭉치면 스스로 농산물 수급조절을 할 수 있고, 시장에서도 대형유통업체 등과 대등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가 이런 일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품목별로 농업인들의 숫자가 수만 명 또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뜻을 한꺼번에 모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농촌은 갈수록 도시사람들의 체험, 휴식, 힐링의 장소로 각광을 받게 된다. 자연과 떨어져 사는 사람들에게는 농촌 삶의 방식과 풍경 그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폐허나 황무지로 변해 도시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도시사람들이 농촌을 즐겨 찾게 하려면 그곳에 사람들이 살아야 하고, 또 농촌을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황톳길, 숲, 신선한 농수산물, 그리고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모습이라면 누가 그곳을 가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농촌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막을 길이 막막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이것이 꼭 농촌의 위기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역할이 농촌에 주어질 것이 틀림없다.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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