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달 28일 취임식을 갖고 오는 2019년 3월까지 농기계조합을 이끌어가게 됐다.
  농기계조합은 농기계산업에 있어 그 상징성이 매우 높다. 단지 농기계를 제조하는 업체들의 모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농기계정책의 카운트 파트너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관련 학계와 연구기관 등 농기계 관련 제반을 아우르는 구심체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만큼 농기계조합호를 이끌어가는 선장의 성향과 그에 따른 판단은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농기계산업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지난 7월 7일 이사장선거 당시 후보자 연설에서 "조합내부혁신을 통해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직제 및 운영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지원을 위해 각종 제도를 지원하는 한편 농기계글로벌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여기에 전임 이사장과 관련된 분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나가겠다고 수위 높은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3파전으로 벌어진 당시 이사장 선거에서 김 이사장이 많은 득표차로 당선이 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향후 이러한 민감한 사안들을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 이사장은 난제 해결을 위해 ‘위원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이사장은 취임식 당일 이사회를 통해 이사진으로 구성된 △조직개편위원회 △수출활성화위원회 △글로벌센터활성화위원회 △진실화해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만들었다.
  언뜻 이사진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 이들 위원회들로부터 분과별로 나뉜 현안에 대한 혜안을 내놓으라는 숙제를 던진 것이다.
  본인이 이사장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에 대해 당사자가 해결방안을 내놓는 것이 아닌 위원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발 뺀 모양새다.
  위원회에서 내놓은 정책방향으로 현안에 접근했다가 실패하거나 문제시 됐을 경우 “내가 내놓은 방안이 아니다”라고 떠넘길 수 있는 소지도 다분하다.
  김 이사장은 “열린 생각과 성실한 자세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조합원이 바라고 공감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이사장 말대로 모든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 농기계조합과 농기계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발상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하지만 일부 우려대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하면 이는 그를 이사장으로 뽑아준 조합원들에 대한 배신행위임에 진배없다.
  조합원들은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이사장을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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