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의 역설’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수확기를 맞은 들녘은 황금빛이 넘실대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풍년의 기쁨도 잠시, 연속된 풍작으로 연도말 쌀 재고량은 적정 재고량의 2배나 많은 13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업인들은 물론 농정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의 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을 닫는 RPC들이 속속 늘어나는 등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쌀 재고가 누증하고 있는 이유는 서구식 식생활 영향으로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관세화 유예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증량했기 때문이다.
  쌀 재고량이 많게 되면 재정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정부 방출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산지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쌀 재고량이 1%증가하면 가격은 0.12%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넘쳐나는 쌀을 처리할 특단의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고 쌀을 처리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현재 재고 쌀 처리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들은 주정·가공용, 사료용, 사회복지용, 해외원조, 대북지원 등이다.
  이 중 재고쌀을 주정·가공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은 현재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 추가 사용 가능물량이 많지 않으며, 사료용의 경우 사람이 먹는 쌀을 사료로 사용해서야 되겠냐는 사회적 거부감과 사료적 가치도 크지 않아 업계에서 별로 반기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용의 경우 지금도 신청자가 줄고 있어 지원하는 게 쉽지 않으며, 해외원조 역시 협의시간과 재고처리 비용이 많이 소요돼 효율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대북지원’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혹은 경협 차원에서 ‘쌀에 대한 대북지원’방침만 정하면 그 효과는 1석 2조, 1석 3조의 효과를 낼 것이 분명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대북지원은 지난 2002년과 2003년, 2005년에 각각 40만톤씩을 지원하다 2010년 5000톤을 지원한 이후로 중단된 상태다. 
  최근 이산가족 상봉 논의 등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남북 화해 기류를 이어 대북 식량지원의 물꼬를 다시 터야할 것이다.
  이와 함께 쌀 재고를 줄이는 근본적인 방법은 사실 소비자들이 우리 쌀을 지금보다 더 많이 먹어주는 것이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대대적인 소비촉진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소비촉진을 위해 보다 세련된 마케팅과 대책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최근 성황을 이루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들에서 일제히 쌀과 관련된 요리가 소개되고, 쌀의 효능 등이 집중적으로 소개된다면 자연스럽게 쌀 소비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형유통업체와 연계한 다양한 판촉전도 벌여야 할 것이다.
  이같은 마케팅과 소비촉진 대책은 사실 쌀을 대표하는 민간 조직이 전문성을 갖고 총괄적인 계획 아래 추진해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쌀 자조금단체’를 육성, 체계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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