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현지시각으로 지난 5일 미국 아틀란타에서 7년간의 진통 끝에 타결됐다.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했고, 환태평양 12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이 회원국이다. 12개 참가국의 GDP(국내총생산)를 합하면 전 세계 GDP의 40% 육박한다.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이 탄생하게 됐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TPP 참여 회원국들은 TPP협상 타결로 경제영토를 40% 확대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FTA(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경제영토 확장에 주력해온 우리나라는 TPP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지게 됐다.
  그동안 저울질만 해온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하나? TPP 가입을 놓고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FTA로 경제영토를 확장해온 우리나라의 입장이나, 그동안의 경제기조를 놓고 보면 당장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세해야 할 터인데 의외(?)다.
  TPP가입 반대 입장이 만만치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 TPP에 가입하면 우리나라 경제영토를 40%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 EU, 아세안과 FTA를 발효했고 중국과는 FTA 발효를 앞두고 있다.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대상 국가를 모두 합치면 60개 국가에 육박한다. 이들 나라의 GDP는 전 세계 GDP의 75%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TPP에 가입해봤자 일본, 멕시코와 새로 FTA를 체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일본은 TPP 협상 타결로 경제영토를 세계경제의 40%로 확대하는 기회를 잡게 됐지만 우리는 아니다.
  둘째, 우리나라는 TPP협상이 타결됐다는 사실만 알고 있지, 어떤 내용으로 타결됐는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 내용도 모르고 TPP에 빨리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다를 바가 없다. TPP 가입을 신중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셋째, 세상에 공짜는 없다. TPP에 가입할 경우 참가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다. 참가비용은 협상부터 참가한 12개국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의미한다. TPP에 가입하려면 12개국과 각각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이들 나라와 협상을 할 때마다 상대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게 국제협상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쌀 관세화 유예 협상을 하면서 톡톡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1950년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서 탈퇴했던 중국 역시 2001년 11월 WTO 가입 승인을 받으면서 개발도상국이면서도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시장개방을 해야 하는 참가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TPP가입을 서둘러서 안 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적표를 보면 우리가 시급하게, 그리고 중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은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수출증가율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경제를 빠르게 추격해 온 중국이 에너지, 항공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해 앞서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최고로 자랑하는 정보통신분야 기술격차가 1년도 되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경쟁력을 키우지 않고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어렵다는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경제영토 확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산업경쟁력을 잃게 되면 FTA확산이나 TPP 가입이 오히려 우리경제를 침몰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근본인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온힘을 쏟아도 모자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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