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농업계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잇따른 거대 경제권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휘청거리다 이제사 정신을 가다듬고 신발끈을 다시 묶고 있는 이 때에 TPP라는 매머드급 태풍이 다시 한번 농업계에 불어닥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TPP협상에 앞서 쌀,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품, 보리 등 5개 민감 품목은 절대 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던 일본도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시장을 열어줬다. 쌀의 경우 미국산 쌀에 대해 7만톤, 호주산 쌀에 대해서는 8400톤의 TRQ(관세할당물량)를 제공해 주기로 한 것이다. 밀·보리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는 유지하되 사실상 관세에 해당하는 마크업(판매차익)을 협정 발효 9년차까지 45%줄여주기로 했다. 쇠고기는 현행 38.5%의 관세를 발효즉시 27.5%로 낮추고 16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9%까지 인하해주기로 했다. 돼지고기도 저가품의 경우 1kg당 482엔의 현행관세를 10년 뒤 50엔까지 단계적 인하하고 고가품의 경우 4.3% 현행 관세를 10년 뒤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유제품 역시 체다와 고다 치즈에 대해서는 수입관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16년차에는 관세를 철폐해주기로 했으며 가공치즈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 대해 TRQ물량을 주기로 했다는 것.
  이 뿐 아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이들 품목 이외에 채소 전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을 포함해 농수산물의 81%에 달하는 품목의 관세가 철폐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농업계도 충격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비단 일본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협상이 모두 타결된 뒤 뒤늦게 참여할 경우 각국들은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댓가의 상당 부분은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일 것이다.
  특히 우리와 앞서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경우 한국 시장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고 있다. TPP가입을 전제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더 구체적으로 요구할 게 분명하다.
  이에 반해 국내 산업계가 득을 볼 수 있는 것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분야에 따라 오히려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TPP에 참여한 12개국 중 일본과 멕시코를 빼 놓고는 이미 다 FTA를 체결해 놓은 상태이다. 중국과 EU 등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과의 FTA도 이미 체결해 놓아 당장 TPP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TPP가입으로 인한 산업계의 득은 분명하지 않지만 TPP가입으로 인한 농축수산업계 피해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TPP 가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맞는 것이다. 농축수산업계는 그동안의 FTA만으로도 ‘피로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하다. 더 이상 농축수산업계 피해를 담보로 추가적인 협정을 맺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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