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렸던 아스팔트 농사에서는 이문이 좀 남았습니까? 매번 그러했겠지만 이번 역시 여느 때와 별반 다른 게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입농산물이 넘쳐나서 국산농산물의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외쳐도, 가격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손해를 본다고 하소연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들이 너무 많았지요. 오히려 메아리 없는 외침에 서글퍼하다가 이 땅의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한스럽게 여겼겠지요.
  개방화시대에서는 농업도 경쟁해야 한다며 시장으로 내몰고,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선 농업이 희생돼야 한다는 논리 앞에서 농민들의 절규는 언제나 ‘떼쓰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으니 어떡합니까.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빚만 늘어가고, 그나마 근근이 이어가던 삶의 터전마저도 수입농산물에게 다 뺏겨도 농민 탓으로 돌리고, 가격을 더욱 낮추고, 품질을 높여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장만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농민들은 참으로 미련스러웠지요. 아스팔트 농사에는 어르신이나, 젊은이나, 여성․남성을 가리지 않고, 바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매번 아스팔트 농사에서는 아무런 이문도 남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이번만 해도 그렇지요. 100년만의 가뭄 속에서도 국민의 주식인 쌀만큼은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 결과 너무 많이 생산돼 버렸지요. 대풍을 이뤄놓고도 기뻐하기 보다는 떨어지는 쌀값에 마음 졸여야 했지요. 농산물 수입을 부추기는 FTA(자유무역협정)는 왜 이리 많이 체결했습니까. 조만간 중국과의 FTA도 체결될 것 같고, 쌀까지도 내 줄지 모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만지작 만지작하고 있죠.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일입니다. 목숨줄과도 같은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이 땅의 농민들이 다 죽어간다고 외치는데도 눈도 꿈쩍하지 않더군요. 오히려 차벽으로 농민들을 한군데로 몰아넣고, 물대포를 쏘아댔습니다. 이 와중에 이마에 줄름살 깊이 패인 한 촌로가 중상을 당해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색이 서울 나들이인데 농사짓던 차림 그대로 올라와 철통같이 가로막힌 차벽 너머로 ‘바락 바락’ 악을 써도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시종 여유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 땅의 농민들이 왜 아스팔트 농사를 짓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가 봅니다. 매번 되풀이 되는 아스팔스 농사에서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막고, 눈 막은 사람들 때문에 마음 상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민이 진정한 이 땅의 파수꾼으로, 건강 지킴이로, 민족농업의 선구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땅의 농업을 온전히 지켜주시고, 이 땅의 농민으로 당당히 서 주십시오. 언젠가는 아스팔트 농사에서 웃음짓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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