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워싱턴에서 유학중인 한 지인과 메신저를 주고받다 그 곳에서 사먹는 미국 쌀이 맛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2003년 미국 출장 때 먹어보았던 칼로스 쌀에 대한 기억과는 사뭇 다른 말이다. 당시,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칼로스쌀이 버젓이 ‘이천쌀’이란 브랜드로 한인 교포들에게 팔리고 있었다. 우리의 이천쌀보다는 못했지만 밥맛은 그럭저럭 보통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밥맛은 그렇다치고 가격은 얼마나 싸던지, 마트에서 얼마 이상의 상품을 구입하면 사은품으로 소포장 쌀을 주기도 했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가격 경쟁력. 미국쌀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그러나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쌀의 품질 경쟁력은 차츰 높아졌고, 가격격차도 조금씩 좁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미국쌀의 높은 벽을 품질로 차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격 경쟁력만 더 확보해 나간다면 미국으로의 쌀 수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걸게 한다.
  예상치 않게 중국으로의 쌀 수출길도 열렸다. 29일 이천남부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유한회사 제희 등 6개 업체들이 생산한 쌀 60톤이 군산항을 통해 중국 상해로 수출된다. 상해 롯데마트 10여 군데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쌀생산업계는 이를 시작으로 올해 우리 쌀 약 2000톤을 중국으로 수출한다는 의욕적인 수출 계획을 세웠다. 지난 해 미국, 호주 등 46개국으로 수출한 쌀은 총 2238톤이었고 중국이 현재 수입하는 중단립종 쌀 시장 규모는 1000톤 미만이다. 새로운 시장, 과감하고 전략적인 수출전략이 치밀하게 준비돼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중국시장에서 우리가 타깃으로 해야 하는 것은 고품질 차별화 시장이다. 당장은 우리 교포 시장이 발판이 되겠지만 한류 바람을 타고, 고품질 수요를 찾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불티나게 팔리는 ‘쿠쿠밥솥’의 인기여세를 한국산 쌀로 이어와야 할 것이다.
  중국 시장도 갈수록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안전하고 품질 좋은 쌀’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한국산 우유가 중국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자국산 우유보다 더 안전하고 우수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포장 단위도 소포장과 진공포장 등으로 차별화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장 초기 판매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다각도의 마케팅이 전폭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끼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출혈경쟁으로 수출 시장 자체가 망가지는 다른 품목의 사례를 적지 않게 봐 왔다. 수출 창구를 하나로 일원화시켜 수출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불필요한 경쟁을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수출 단지 조성과 조직화를 통한 경영비와 생산비 절감 노력도 지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쌀 수출이 위기를 맞고 있는 쌀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생산자와 수출업체, 정부와 수출기관, 연구기관 등이 밀접하게 연계해 시너지를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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