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과 2월 북한은 연이어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으며, 2010년의 5·24조치를 한층 강화한 대북 제재조치를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유엔도 움직였다. 유엔은 한국의 제재 발표에 앞서 3월 3일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채택해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를 유엔 출범 후 70년간 취했던 비군사 분야 제재조치 중 가장 강력하고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회원국이 된 이래 모두 6차례에 걸쳐 대북 결의를 취한 바 있다. 그 중 1993년 5월 결의와 2006년 7월 결의는 각각 NPT 탈퇴 재고를 촉구한 것이거나 미사일 관련 물자 및 용역의 대북 이전 금지를 회원국에 요구하는 것이었을 뿐 의무적인 제재조치는 없었다. 실질적인 대북 제재 내용을 담은 것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발동한 4차례의 결의(1718호, 1874호, 2087호, 2094호)이다.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결의는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직접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 결의는 한발 더 나가 경제 전반에 걸쳐 북한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는 제재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무기거래, 제재대상의 지정, 확산 네트워크, 해운·항공 운송, WMD 통제, 대외 교역 및 금융거래 등에 걸쳐 기존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제재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새로운 조치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재 효과가 있으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재가 담고 있는 내용만으로 본다면, 우선 북한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하자원과 무기의 수출이 어려워져 외화 수입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북한의 해외 금융기관 폐쇄, 모든 북한 행·발 화물에 대한 검색의 의무화,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규제, 제재 대상의 강화와 관련 자산의 동결 등 제반 조치가 이행되면 북한의 국제 거래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의 재정난은 불가피하며, 다른 보완책이 없을 경우 북한 스스로의 표현대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행사될 수는 없다. 결의 전문에서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고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수요 충족’을 외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재 사안에 해당하더라도 민생과 관련되거나 인도적 차원에서 승인된 것이라면 예외로 한다는 단서가 딸린 조항도 있다. 요컨대 유엔의 결의는 의혹에만 근거한 제재의 남발 가능성도 함께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때 이번 제재가 북한의 민생, 특히 농업생산과 식량수급에 부정적 효과를 크게 끼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수출 감퇴로 외화가 부족해지고 해외 거래와 운송에 제약이 가해진다면, 그 간접적 영향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의 농업생산은 수입 화학비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식량도 국내생산이 충분치 않아 일정량을 매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의 여파가 농업과 민생에까지 미친다면 북한 정권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동참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북한과 국제사회의 기대치가 다름을 의미한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이 상황은 장기화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국면의 전환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은 동북아 평화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끊임없이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하루속히 대화 테이블이 열리고 그 해법들이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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