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있는 명품’ 선호

 

▲ 한 사료회사 주최로 열린 한우 고급육 평가대회에서 대상 한우들이 경매되고 있다.

  스마트 컨슈머로 대표되는 합리적인 소비시대의 뒷면에는 명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의 양면성이 있다.
  소비의 양극화는 ‘가성비’와 ‘자기만족’으로 대립되며 깐깐한 소비자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소비의 양극화는 이미 극대화되고 있어 패스트 패션으로 대표되는 가성비 최대의 SPA 브랜드를 입고 호텔에서 디저트를 먹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식품은 물론 1차산업, 축산업계에도 해당되는 모습이다.
  입으로는 유기농, 무항생제, 동물복지를 외치면서도 막상 소비에서는 ‘가격’을 최대 지표로 삼는 소비자들의 양면성. 이는 축산식품에서의 명품은 단순히 비싸고 좋은 제품이 아닌 합리적이면서도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또한 새로워야 한다는 복잡다단한 명제를 선사하고 있다.
  축산식품의 명품이 이제 보다 더 진화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 소비자, 육류를 고를 때 ‘맛’이 최고
  소비자들은 육류를 고를 때 어떤 요인을 최대 기준으로 삼을까.
  2014년 최승철 건국대 교수팀이 발표한 한우고기 소비·유통 모니터링 결과를 살펴보면 해답은 여전히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응답자가 육류 구매시 1순위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맛’으로 응답자의 43.1%가 대답했다. 다음을 차지한 요인은 무엇일까. 의외로 2순위 요인은 가격이 아닌 ‘원산지’(13.3%)였다. 가격은 10.1%로 10명 중 1명만 가격을 구매 요인의 최대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의 내면을 고려하면 가격을 실제 기준으로 삼을 소비자가 보다 늘어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의 소비자는 식품을 구매할 때 ‘맛’을 최대 요인으로 삼고 있으며 ‘원산지’, 즉 식품의 안전성을 고려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가격은 그 다음 요인이다. 맛있고 건강하며 안전한 축산물을 구매코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생산자들에게 보다 높은 품질의 깨끗한 축산물을 생산해야 한다는 목표를 주고 있다.

# 육가공, 프리미엄 시장 성장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는 육가공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한 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육가공 시장 규모는 전체매출 1조4000억원에서 정체하고 있음에도 무첨가 육가공품에 대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지향의 소비문화에 따른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은 두드러져 지난해에는 2012년 대비 124%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육가공 업체들은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육가공 분야에서도 양극화는 두드러진다. 최근 4분기 연속 할인점 및 대형 슈퍼 육가공품 매출액은 매년 증가세로 할인점의 증정 및 할인 행사가 증가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첨가제를 뺀 프리미엄 제품 선호도는 높아지면서도 증정 및 할인행사에 따라 구매는 대형 슈퍼에서 한다는 소비자들의 이중 잣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육가공품 시장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캠핑이 유행을 하면서 간편하고 편리한 육가공품, 또한 바로 구워먹는 비엔나, 후랑크, 미니 소시지 등의 판매고가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생산자, 한 마리를 키워도 제대로
  이 가운데 생산자들의 명품 축산물 생산은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 사료회사를 중심으로 비육우 명품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한 사료회사의 한우 고급육 평가대회에서는 2000만원 이상의 한우가 나온데다 등급 출연율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다른 사료회사의 한우 경진대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10년전에 비해 대회 출하 농가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다 육질등급 출현율도 매년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제 한 마리를 키워도 제대로 키우겠다는 농가들의 일념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축산 장인’으로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2000만원짜리 한우를 출하한 한 한우농가는 “한우를 키우면서 단순한 생산성에 치우치기 보다는 제대로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한우를 키웠다”며 “수익 창출을 넘어 한우를 키우면서 한계를 뛰어넘는 명품을 내보자는 생각으로 사양에 임했다”고 말했다.
  사료회사의 한 비육우 PM은 “최근 사양가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유사비를 낮추는 방법보다는 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고품질의 사료를 선택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이같은 추세로 사료업체들도 앞다퉈 비타민, 아미노산 등을 강화한 특별한 사료로 명품 한우를 키워내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100만원짜리 선물세트
  축산물 선물세트 시장은 이미 수년전부터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극화를 넘어 프리미엄급과 중간급, 초저가 제품의 고른 분포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급은 보다 더 특별하게 더욱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3~4년전만해도 백화점 최고가 상품이 50만원대였다면 최근에는 100만원대 제품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1++ 한우로만 이뤄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제는 그것을 넘어 호랑이 무늬가 있는 칡소, 직영으로 관리하고 있는 농장에서 전통방식을 고수해 끓인 소여물을 급여하며 재래식으로 키워진 한우 등 차별화를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백화점의 한 축산 MD는 “명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비싼 축산물이 아닌 스토리가 있는 특별한 축산물을 원한다”며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축산물의 맛, 등급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특별한 환경에서 스토리를 가지고 키워진 축산물을 명품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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