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제고 VS 農心반영못해

<글 싣는 순서>
-1. 중앙회장 호선제
-2. 축산특례 삭제
-3. 조합원 정예화
-4. 감사기능 강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일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중앙회장 선출방식 개편, 축산특례 삭제, 조합원 정예화, 감사기능 강화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지주의 전문성과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농심(農心)이나 축산의 특수성 등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을 둘러싼 주요 쟁점과 다양한 의견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 교육지원에 역량 집중하는 비상임 중앙회장?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이다. 중앙회장을 선거가 아닌 이사회 호선으로 선출해 비상임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축경대표, 전무이사 등 사업전담대표에게 위임·전결토록 한 중앙회장 업무규정을 삭제하고, 사업전담대표 고유업무로 변경했다. 경제사업과 관련한 예산과 조직이 경제지주에서 독립적으로 의결·운용됨으로써 경제사업의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인 것이다.
  선거가 아닌 호선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할 경우 선거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선거 이후 발생하는 지역별 신경전 등 후폭풍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사업전담대표가 중앙회장으로 권한을 위임받는 형태가 아닌 고유권한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경제지주의 전문성과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협동조합의 중앙회장은 이사회 호선으로 선출된다는 점도 이번 개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한 정책사업 등과 관련한 사업예산 등이 중앙회에서 경제지주로 넘어가고, 중앙회장이 총괄하던 농협직원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재편되는 등 위상이 달리지고 있어 비상임으로서 교육지원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번 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을 지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과거와 달리 조직과 돈이 사라져 중앙회장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100% 자본을 가진 대지주의 대표로서의 위상만 갖고 있다”며 “최근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직선제로 선출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농심보다는 정부 눈치만 보는 중앙회장?
  반면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것은 농심(農心)을 반영키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사회가 사외이사 등 비농업인이 상당수 구성된 만큼 농업인의 요구를 반영하기 보다는 외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란 것이다. 또한 중앙회장의 권한과 위상이 축소돼 농업인의 권익대변에도 충실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선거는 아래로부터 모아진 의견의 집약이다”며 “이를 통해 감시가 이뤄지고, 표를 찍어준 이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데 호선제가 된다면 감독기능의 대표권만 남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경남도의 한 조합장은 “중앙회장 선출은 호선제가 아닌 직선제를 택해 농업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며 “호선제를 택하면 농업인이 아닌 정부의 눈치만을 보는 중앙회장이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중앙회장을 이사회 호선으로 선출한다는 것은 청와대나 농식품의 입맛대로 임명해 농협중앙회를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농식품부가 농협중앙회를 좌지우지하지만 회장 선출만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아쉬운가 보다”라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농협개혁과 관련해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중앙회의 자회사가 아닌 독자적인 경제사업연합회와 신용사업연합회로 분리 독립시키고, 농협중앙회는 사업을 하지 않는 중앙회 고유 업무인 조사연구, 지도 감독 및 협동운동과 농정활동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에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원의 총의를 반영해 전체 조합장이 직접 뽑아야 하고, 그래야만 농민 대표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박 이사장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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