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와 FTA가 체결되면서 우리 농산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농산물 수확후처리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흔히들 외국 농산물과의 차별화로 우리 농산물만의 경쟁력을 키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가야 하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유통문화의 개선이다.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이르는 과정은 생산과 수확후처리, 이렇게 두 단계로 구분한다. 생산은 파종, 경운·정지, 재배관리, 수확까지이고, 세척, 살균, 가공, 선별, 포장, 저장, 출하까지를 수확후처리 과정이라고 한다.
  생산단계에서는 품종과 재배환경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농업인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수확 후에는 어떤 공정을 거치는가에 따라 제품의 가치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즉, 수확후처리 공정에 따라서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농산물의 수확후관리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2의 생산활동이라고도 한다. 또한 물류 효율화를 위한 기본활동이기도 하여 수확후관리의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수확후관리의 가치에 대해서 예를 들어보자. 감을 수확해서 그냥 판매하면 kg당 500원이다. 하지만 이것을 곶감으로 가공해서 팔면 1500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곶감을 깎아서 건조하는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치가 몇 배 더 높아진 것이다. 가공기술이 있다면 감을 곶감으로 가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처럼 가공 여부에 따라서 농산물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확후 공정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통분야 개선의 측면에서는 균일한 품질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농산물유통센터(APC)는 수확한 이후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공정이 기계화·자동화가 되어 있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크기, 색깔별로 선별되고 포장된다. 문제는 이렇게 선별된 농산물의 정보가 소비자한테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과의 유통은 당산도의 정보가 소비자에게까지 제공되어야 한다. 즉, 사과가 유통될 때 크기, 색깔과 더불어 ‘당산도’라는 정보도 소비자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통되는 것이 일반화되면 생산 단계부터 사과 품질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자(농업인)는 더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재배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결과로 소득의 향상도 보장될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로 R&D분야에서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제도는 준비돼 있는데 기술이 없어 적용하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산지유통센터의 마케팅이다. 모양과 색깔이 아니라 내부의 품질까지 선별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홍보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크기나 모양을 넘어서 맛까지도 농산물 품질 평가의 기준이 되는 새로운 유통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유통기준 설정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크기와 색깔로만 등급을 매겼으나 앞으로는 맛까지 추가하여 등급 매기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통 문화를 개선하는데 가장 빠른 길이다. 넷째는 마트와 도매시장이 물류개선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APC에서 품질로 선별해 유통한 농산물에 대해 마트나 도매 시장에서 단순 외관으로만 가격을 정하지 말고 내부 품질까지 표시된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위의 4가지 조건만 해결된다면 농산물 품질은 한층 높아지고 생산자는 소득이 올라갈 것이다. 또한 소비자는 선호하는 농산물을 신뢰성 있게 구매할 것이다. 이로서 외국 농산물과 우리 농산물의 품질차별화는 당연 실현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김유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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