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새로운 규범과 대응<下>

1. 전세계가 주목하다.
2. 무엇이 필요한가-지속가능성 토론회
3. 전문가제언
4. '지속가능성' 화두로 삼아야

 

▲ 조세영 前 미국대두협회 한국주재사무소 대표

지구온난화 진행 가속도 
  미국해양대기청에 의하면 2014년이 기후관측이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지구 평균기온이 높았던 해였다고 한다. 가장 더웠던 해는 지난해이었는데, 지구온난화 진행속도가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것이다.
  현대문명이 주 에너지원으로 의존하고 있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탄소에 의한 온실효과가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임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화 고도화와 맞물려 급증하는 탄소배출과 병행해 이뤄지는 열대우림의 훼손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온난화가 촉진되고, 세계 도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열대우림의 훼손이 지구대기의 청정기능, 온도조절기능 및 가습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자들에 의해 계량적으로 연구 분석된 결과이다. 특히 아마존열대우림은 그 면적의 방대함과 높은 나무밀식도 덕분에 지구상의 산소 중 20%를 생성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다시 짐 로빈스를 인용한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다자란 나무 한 그루는 하루에 약 1000리터의 수분을 증발시키는데, 아마존 우림전체로는 하루에 200억톤의 수분을 대기 중으로 방출시키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상이변으로 물공급 불안정…식량수습 체계 위협
  기상이변의 한 현상은 극단적인 강우패턴(가뭄과 강우의 교차발생 및 집중현상)인데, 이는 식량생산 환경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구정책연구소(Earth Policy Institute)의 레스터 브라운(Lester Brown)을 인용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분’에 의하면 곡물 1톤 생산에 약 1000톤의 물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렇게 필요한 물은 곡물의 생장단계별로 때맞춰 적정하게 공급돼야 하는데, 가뭄으로 물이 공급되지 못하거나 혹은 홍수처럼 일시에 집중되는 것은 지구촌 식량수급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콩을 예로 들면 2010년 남아메리카지역에 가뭄이 들었을 때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약 28%가 상승했다. 2년 뒤 미국에 가뭄이 들었을 당시에는 가격상승폭은 27%에 달했다. 다른 곡물들도 많은 충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다행스럽게도 가뭄이 2년의 시차를 두었으며, 또 곡물의 수확시기가 약 반년의 시차가 있는 남반구와 북반구에 교차 발생했었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극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상재해가 반복돼 식량수급상황이 만성적인 공급부족에 빠지게 되면, 시장의 충격(가격의 앙등)을 이겨낼 수 있는 경제력을 갖지 못한 나라는 필요한 식량조달에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UN의 향후 15년 동안의 의제인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는 지구자연환경과 조화된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이 그 기초가 되는 것이다.
  ‘지구자연환경과 조화된 안정적인 식량의 공급’은 쉽게 풀이하면 동일한 면적의 농경지에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되, 자연환경에 대한 부담은 동일하거나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단위당 생산량 증가의 필요성과 자연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된다는 요구 사이에는 이해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전자는 수익(受益)의 개념이고 후자는 비용(費用)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였던 아마존우림이 농경지로 전환될 때 그 경제적 이득은 브라질 등 우림유역 국가들에 귀속된다. 반면 지구환경 파괴에 따른 피해는 지구촌 전체가 분담하는 형태가 된다. 그 결과 우림훼손에 의한 경제적 수익이 귀속되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우림훼손이 지구자연환경에 끼치는 비용을 부담하는데 소극적 자세를 취하게 된다. 경제적 수익추구에 따른 지구자연환경 훼손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서로 충돌하는 이해를 평가하고 조정해 구체적인 이행안을 도출하는 한편 이를 강제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질서가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해 195개국 정부가 합의한 파리기후협약도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국제적 질서로 자리 잡기까지는 빨라야 2022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협약참가국들이 당초 제시한 탄소배출 감축목표가 계획된 대로 실행되더라도, 산업화이전 대비 지구온도는 2.7~3.5℃ 높을 것으로 UN기후팀은 분석했다. UN의 목표치가 1.5℃임을 감안하면 정부차원의 공조와 병행하여 ‘모든’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자연환경과 조화 이루는 식량생산방안 모색
  이러한 필요에 호응해 농업의 전후방 이해당사자들은 식량생산이 지구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또 선제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소매유통체인인 월마트는 판매되는 식품의 원료인 곡물생산에 투입되는 화학비료감축과 병행해 아마존열대우림을 개간한 농장에서 생산된 쇠고기수입을 2015년부터 중단했고, EU바이오디젤업계는 동남아열대우림이나 늪지를 개간하여 생산된 팜유의 수입을 금지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USSEC은 지속가능한 콩 생산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을 충족해 생산된 콩과 그로부터 가공된 제품에 인증을 하고 있다.
  컴퓨터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현재의 농업생산시스템으로는 2050년 즈음 도달하게 될 90억명의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선 지구 전체 담수량의 70%와 육지면적의 37%를 식량생산에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육지 중 경작가능면적이 19%에 불과한 사실을 떠올리면, 왜 식량생산 패러다임이 지속가능성에 맞춰져야 하는지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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