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재고 최대…탈지분유 생산감소

  최근 생크림은 귀하신 몸이 됐다.
  디저트류가 인기를 얻고 작은 동네 빵집들이 색다른 마케팅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소매 생크림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몫을 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생크림 공급 자체가 줄었다.
  생크림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는 동네 빵집 얘기가 심심찮게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생크림 품귀현상, 유업계에서는 이 상황이 이미 예견된 상황이며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크림 품귀에 담긴 유업체 속사정을 알아봤다.

▲ 서울 시내의 한 마트의 가공유 매대 한켠에 생크림이 진열돼 있다. 생크림은 탈지분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생산된다.

  # 생크림공급 30~40% 줄어
  탈지분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유지방으로 만드는 생크림은 유업체 입장에서는 주력 생산품이라기 보다는 시유 생산에서 나오는 부산물 개념으로 생산을 한다. 때문에 분유재고량이 극에 달한 지난해에 비해 탈지분유 생산을 줄인 올해 생크림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한국유가공협회의 월말 분유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분유재고량은 1만7086톤으로 전년대비 22%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분유재고량은 올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생산량도 동시다발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탈지분유 생산은 당분간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생크림 생산량도 늘어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3사 메이져 유업체들의 경우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생크림 공급량을 줄인 상황이다.
  이에 비해 생크림 소비량은 최근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생크림을 포함한 국내 크림 소비량은 2010년 3만8314톤에서 지난해 4만3464톤으로 5년만에 13%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는 늘어나고 있는 사이, 공급량은 오히려 줄어들어 생크림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예견된 생크림 품귀
  생크림 품귀현상이 연일 보도되고 있음에도 유업체들이 대응은 시원치 않다. 이는 생크림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현재의 원유수급상황에도 이유가 있지만 속사정은 따로 있다는 것이 유업계의 전언이다.
  원유수급문제로 생크림 품귀현상이 날 것이란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지만 유업체들이 이 현상에 수수방관하는 것은 생크림 생산은 마진이 거의 없는, 적자수준의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생크림 생산은 메이져 유업체의 경우 시유생산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 개념으로 마진이 거의 없어 적자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을 올려 받으면 되지만 1ℓ에 1100원 하는 우리나라 원유로 만든 생크림의 가격은 수입 생크림과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며, 지난해는 원유가 남아 원유를 버릴 수 없어 적자가 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생크림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만들어 낸 생크림 재고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사업을 펼쳐 온 것이다.
  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원유생산량을 제한하고 분유재고량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크림 품귀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며 “생크림 품귀는 원유수급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있지만 마진이 남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 수입산에 자리 내줄까…잠식 우려
  문제는 이같은 생크림 품귀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 생크림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낙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생산과잉으로 분유재고량이 극에 달하면서 국내산 생크림의 생산량이 최고치를 찍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생크림 수입량도 줄어들고 수입업체들도 다소 정리됐겠지만 품귀현상이 지속되면 수입 생크림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메이저 유업체들은 부산물의 개념으로 생크림을 생산하지만 값싼 수입 생크림이 시장에 밀려들어온다면 가격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고 하물며 적자를 보고 있는 생크림 생산에는 더욱 손을 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수입 생크림에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산 원유로 만든 생크림에 대한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품귀현상이 지속되고 수입 생크림으로 대체하기 시작하면 기호도도 변할 수 있다”면서 “결국 수입생크림에 시장을 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적절한 대책마련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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