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기 농정연구센터 부소장

  2012년부터 시작된 농협중앙회의 구조개편 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내년 2월까지 구조개편을 통해 오랫동안 논의돼 온 농협중앙회 신경분리를 농협중앙회-농협은행지주-농협경제지주 등의 지주회사 시스템으로 실현해야 한다.
  2012년 계획 당시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부문은 ‘협동조합형 패커’를 구조개편의 비전으로 정했다. 협동조합 방식을 적용해 축산업 계열화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을 천명한 것이다.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안심축산사업과 축산물공판사업이 농협경제지주로 이관됐다. 이미 지주에 편입돼 있는 ㈜농협사료, ㈜농협목우촌과 함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부문의 실질적인 사업을 모두 농협경제지주가 담당하게 됐다. 농협중앙회에 남아있는 일부 기획기능과 농가·조합 및 생산지원 기능을 재편성하고 안심축산과 공판사업을 통합한 자회사 설립만 진행하면 구조개편 절차는 마무리된다. 여기에 2020년까지 계획돼 있는 육가공·도축시설의 현대화, 사료제조 시설의 보강 등을 진행하고 안심축산 운영자금·대여투자가 안정적으로 확대되면 축산부문의 구조개편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가 협동조합형 패커 비전에 근접한 시스템으로 전환됐는가?' 이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다음의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축산물 시장에서 농협의 위상을 더욱 높여야 한다. 현재 농협의 시장 지배력은 상당히 취약하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의 한우브랜드 사업은 농협경제지주 안심한우와 도 단위 광역브랜드 물량을 모두 합쳐서 21.7%에 그쳤다. 농협계통 도축장의 돼지 도축량 기준 점유율은 26.9%이지만, 중앙회[목우촌] 비중이 7.7%에 불과해 상당 부분을 일선 조합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림이라는 강자가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육계의 농협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획기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이지만 농협이 축산물 시장의 리더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시장지배력이 필요하다.
  가치사슬을 통합한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관행적인 축산물 유통의 틀을 돌파해 낼 수 있는 혁신이 농협 축산에는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화 된 축산물 시장에서 약간의 변화만으로 잘 팔아주는 마케팅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으며 그 중 일부는 시범사업에 그치고 말았다. 농협 축산은 안심할 수 있는 국산 브랜드 파워와 안전·위생을 보증하는 전 과정 관리 시스템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평적 연대의 틀을 충분히 확립해야 한다. 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자회사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가치사슬간의 충실한 연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축협 조합과 농협중앙회의 관계는 한정된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경합의 관계로 인식돼 왔다. 사료사업과 공판사업, 돼지육가공사업 등이 그렇다. 당초 구조개편 계획은 조합과 농협중앙회의 공동투자를 통해 이들 경합의 영역을 협력체제로 전환하고 시장 확장의 새로운 기회를 공동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공동투자 실적은 한 두개 사례에 그치고 있고 조합과의 공동 기획도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보다 미래 농협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협동조합형 패커지만 지금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한국 축산업의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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