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집중출하…가격하락 부채질

  올 벼농사도 대풍이 예상되면서 산지에서는 쌀값 폭락이 우려, 농업인들의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른 추석을 앞두고 햅쌀의 집중 출하가 예상돼 쌀값 하락을 부채질 할 것이란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GSnJ 인스티튜트가 지난 11일 발표한 ‘쌀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일 산지 쌀값은 80kg 기준 14만1896원으로 10일전보다 0.4% 하락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24원 대비 11.3%나 하락했다. 지난 3월 정부의 추가격리 직후 반짝 반등했다가 재고량이 많은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밀어내기로 약보합세를 보이다 지난달부터 다시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산지 쌀값 하락률은 지난 2월 25일 10.3%에서 5월 15일 9.1%로 낮아졌으나 6월 15일 다시 10%대로 증가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계절진폭도 1월 3.9%, 2월 4.4%, 3월 5.0%, 4월 5.2%, 6월 5.8%, 7월 6.2%, 8월 6.7%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쌀 소비감소와 누적된 재고가 이러한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쌀 수급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농협쌀 재고는 33만7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만2000톤대비 6만5000톤이 증가했으며 9월 중순이 돼야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가운데 이달 하순부터 철원지역 등을 시작으로 조생종 벼의 수확이 시작된다. 특히 올해는 풍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른 추석으로 홍수출하까지 우려돼 쌀값이 폭락할 것이란 농업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지난해부터 쌀 가격이 지지되지 않자 추석 대목 때 출하하기 위해 조생종 벼를 심은 농가들이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 추석 전 홍수출하가 예상된다”며 “조생종 쌀이 과잉공급되면 쌀값 하락이 부득이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만생종은 신곡의 이득도 못보고 가격하락에 직면할 수 있어 지난해보다 변동직불금 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RPC(미곡종합처리장)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성봉 RPC협의회장은 “올해 벼 생육조건이 양호하고 태풍과 병충해 등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아 풍년이었던 지난해보다도 쌀 생산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되는 풍년으로 쌀 재고량이 과도한 상황에서 햅쌀이 출하되면 구곡값이 더욱 하락해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백영현 (사)한국RPC협회 전무이사도 “지난해 수확기 때 40kg 기준으로 4만4000원선이었는데 올해는 현장에서 3만7000원선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며 “쌀값이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쌀 산업의 위상마저 추락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농협 RPC운영 조합장들도 지난 10일 RPC전국협의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쌀 수확기 시장격리 정책의 효율성을 높여 수급 및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재연 철원농협 조합장은 “쌀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정부의 시장격리가 실시되면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나타날 뿐”이라며 “정확한 예측을 통해 해당연도 쌀을 12월말까지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태식 철원 갈말농협 조합장도 “현재 생산량 예측을 통계청과 농촌진흥청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데 농협에서도 전국 152개 RPC를 활용한 집계가 필요하다”며 “쌀 생산량뿐 아니라 소비량 추세도 함께 병행해야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인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월 기준 전국 농협RPC는 연말까지 272억원의 손실이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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