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동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평가과장

  때는 2007년. 한우 보증씨수소의 능력에 따라 가격을 책정한지 8년째 접어들고 있었다. 농촌진흥청 한 연구실에선 연구원들이 특정 정액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여러 방안 중 하나는 ‘한우교배계획길라잡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농가로 하여금 암소의 능력에 따라 적절한 보증씨수소를 찾아서 교배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면 특정정액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함께 예상되는 여러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 부작용 중 하나가 혈통만 알고 있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 유전능력을 알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농가에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우교배계획길라잡이를 발간한지 10년이 된 지금, ‘계획교배’에 대한 농가의 인식도 향상되고 이를 통해 농가소를 잘 개량해 나가는 농가도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났지만 이와 함께 우려했던 부작용도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우교배계획길라잡이에 제시된 값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농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허나 ‘한우교배계획길라잡이에 제시된 값’은 개체의 능력을 알아낼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쓸 수 있는 ‘궁여지책’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체의 유전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무엇보다도 자신의 능력이나 자손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유전능력 추정 값의 정확도는 참값과 추정한 값 간의 상관계수로 나타내는데, 일반적으로 유전력이 50% 정도 되는 근내지방도의 경우, 개체 자신의 근내지방도 성적이 있으면 이 개체의 유전능력을 추정했을 때 정확도는 0.7(70%)이 된다.
  만약 개체 자신의 기록이 없고 부와 모의 부의 값만 가지고 계산한다면 0.4(40%)가 되며, 10마리의 자손의 능력기록이 있으면 0.77, 350마리의 자손기록이 있다면 0.99의 정확도를 가지게 된다. 즉 혈통만 가지고 능력을 추정할 경우 정확도가 0.4 정도로 낮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좋지만 이렇게 낮은 유전능력 추정치를 계속해서 이용할 수는 없다. 개체의 혈통을 이용하여 능력을 추정하는 방법은 대부분 송아지와 같이 어려서 아직 그 능력을 측정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능력이 우수한 개체를 선발해 보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능력을 측정할 수 있으면 능력을 측정해서 그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유전능력을 알아내는 것이 더 좋다. 이러한 이유로 개량을 하려면 자손의 출하성적을 기록하고 개체의 체중을 정해진 시기에 측정해 달라고 농가에 요청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개량에 있어 혈통을 이용하여 교배계획을 실시하는 농가는 그렇지 않은 농가보다 확실히 앞서가는 농가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미 혈통 이외의 다른 기록을 관리하고 있는 농가를 따라갈 수는 없다. 한편 농촌진흥청도 이렇게 한 발 앞서나가는 농가를 위해 ‘한우교배계획길라잡이’ 보다 한 단계 앞선 기술지원 방안을 강구하여 이들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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