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곡종합처리장(RPC) 도정시설에 농사용 전기요금이 적용돼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올해도 지난해 이어 ‘웃지 못할 풍년’이 예상되면서 RPC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풍년’과 쌀 소비 감소 등의 여파로 RPC들의 경영상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RPC 각 창고마다 지난해 팔지 못하고 남아있는 벼들이 가득 들어차 있지만 울며겨자먹기로 올해 수확하는 벼도 곧 수매해야 하는 상황. 해마다 적자가 눈두덩이처럼 쌓여가면서 RPC들은 사실상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같은 RPC들의 경영악화는 그대로 농업인과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RPC들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부터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RPC도정시설의 전기요금을 20%인하했지만 RPC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미흡한 수준이다. 2014년 기준 농협RPC 도정시설에 부과되는 연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20%의 할인요금을 적용하더라도 연간 30억원, RPC당 약 2000만원의 경영손익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연간 300여 억원(전체손익)씩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RPC들의 경영상태를 호전시키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산업용이 아닌 농사용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수혜액은 74억원 수준으로 확대돼 RPC당 5000만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쌀 20kg당 100원 가량의 비용일 절감되는 것이다.
  더욱이 벼 건조-저장-도정은 쌀 생산의 핵심공정으로 한 RPC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동일시설을 이원화해 도정시설에만 비싼 산업용 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치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이와 함께 형평성 논란도 불러오고 있다. RPC시설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나 수산물 산지거점유통센터(FPC)에는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하고 있으면서 유독 RPC에만 분리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농업계 주장에 전력당국의 반응은 냉랭하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가 과거처럼 적자에 허덕인다면 이같은 농업계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국전력공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무려 6조 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지난해 11조원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PC 도정시설의 전기요금을 농사용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한전의 수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쌀 산업에서 RPC가 차지하고 있는 공익적 특성과 농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RPC 도정시설의 전기요금을 하루속히 농사용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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