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10만톤당 관리비용 年316억
농협RPC 재고량 30만톤이상…조합원간 갈등야기

-<상>요동치는 쌀값, 눈물짓는 농심
-<중>적자에 허덕이는 RPC
-<하>수매만이 답인가…해법은?

쌀값 하락은 농업인뿐만 아니라 RPC(미곡종합처리장)에도 큰 골칫거리다. RPC마다 쌓여있는 재고 처리만도 버거운 가운데 올해산 쌀을 수매하지 않을 수도 없고, 수매가격 결정 역시 부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RPC들의 적자가 지속되다보니 RPC 손실 보전을 둘러싸고 지역농협 내 조합원들간의 갈등 양상까지 발생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넘치는 재고로 손실 누적

지난 6월말 기준 정부의 쌀 재고량은 175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133만톤보다 42만톤이 많다. 농협 RPC가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량도 30만톤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62.9kg을 기록하는 등 매년 감소하는 추세로 내년이면 60kg 이하로 하락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RPC의 적자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1993년 농협 RPC가 설립된 이후 누적 적자는 3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풍년으로 연간 300억원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재고문제는 관리비용에 처리비용까지 더해져 보관기관이 늘어날수록 상황을 악화시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 재고 10만톤당 보관료 61억원, 가치하락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220억원, 금융비용 35억원 등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316억원으로 추산된다. 쌀 재고가 RPC 경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 수분 등 수매기준 강화 우려도

올해는 수매기준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일고 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도정수율이 높아지는 등 단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수분 등에서 정부 고시 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이 적용됐거나 인센티브가 있었던 부분에서 지난해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경기도의 한 농업인은 “지난해에도 풍년으로 수율 등 수매조건이 강화돼 1등급 비율이 감소했다”며 “올해도 풍년이 예상되는 만큼 수매기준이 강화돼 지난해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 농업인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수매등급 등 벼 매입기준은 정부 고시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임의로 조정키는 어렵다”고 답했다.

농협은 RPC운영위원회 등을 거쳐 수매조건이나 수매가격을 결정하고 있는 만큼 RPC의 경영부담을 농업인에게 전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RPC 적자가 조합원간 갈등으로

농협 RPC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조합원간의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이 RPC의 적자를 끌어안다보니 벼 재배를 하지 않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합공동사업법인의 경우 조합별로 투자지분 차이가 있으며 조합원 구성이나 품목이 다양할 수밖에 없어 RPC에 대한 무조건적인 손실충당은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파주조공법인의 경우 9개 조합이 투자했지만 연간 40억~50억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북파주농협의 경우 조합원이 3800명이지만 조공법인에 쌀을 판매하는 농업인은 800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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