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GMO표시 논쟁이 뜨겁다. 식용유나 간장처럼 GMO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는 식품도 원료를 GMO로 사용했으면 GMO제품이라고 표시를 해야 한다는 완전표시제와 GMO를 원료로 한 식품과 구분하기 위해서 GMO를 원료로 하지 않은 식품에 Non GMO표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GMO 표시제 이면에는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이제 우리는 GMO 안전성에 대한 논란보다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시기라고 생각한다.
  화학비료인 무기질비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유기농을 선호하고 정부에서도 친환경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화학비료를 줄여 땅의 힘을 되찾고 보다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근본적인 소비자 왜곡이 소비자 스스로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자연·천연이면 안전하고, 인위적인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생각의 오류를 바로 잡아야만 비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암석은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이 적은 암석이기 때문에 척박한 토양에 속한다. 유기질비료만으로 농사를 지으면 생산량이 낮을 수밖에 없어 무기질 비료 사용이 필요하다. 산성토양화는 무기질 비료로 인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토양·지리학적 특성과 기후, 산성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비료의 사용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부숙되지 않은 퇴비사용이 안전성 면에서 우려된다.
  화학비료라는 합성무기질 비료보다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 식품이 오히려 세균의 위협에 노출될 확률이 8배나 높고, 아플라톡신과 같은 자연 독소뿐만 아니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는 비료사용도 맞춤형이다. 맞춤형 비료는 전국 논·밭에 대한 기본적인 토양검정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비료를 사용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작물도 잘 자라게 한다.  지금의 BT(바이오기술)와 IT(정보기술)에 못지않은 정밀산업이 바로 비료였듯, 비료를 토양에 맞게 잘 선택해 토양이 적절한 양분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영농’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게 한다.
  화학비료여서 안된다가 아니라 비료는 작물의 영양공급원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농업 발전을 위해 편향된 시각의 소비자 인식을 개선하고 친환경농업과의 갈등 요인을 분석하는 한편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상기후 등으로 재배 환경이 열악해지는 지금,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의 생산은 어떤 농업기술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그 농업기술을 활용하느냐이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