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에 문제가 생겨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 그 환자의 생명연장에 필요한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만드는 회사, 그리고 이를 알게 된 복제 인간의 고뇌, 생명공학의 대표적인 기술인 복제를 바탕으로 만든 한 영화의 줄거리이다.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복제되는 대상을 돼지로 바꿔 본다면 생명공학 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인류의 생명연장을 추구하는 것이 미래 축산업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15년 세계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1.4세, 우리나라의 2014년 기대수명은 82.4세(통계청)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충분한 영양과 끊임없이 발전하는 의료기술은 인류의 기대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축은 인류에게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필요한 소재를 제공하는 의약품 산업의 기반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가축의 유즙으로부터 사람의 질환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의료용 물질을 생산하여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형질전환 유산양의 유즙으로부터 생산한 혈우병치료제(ATrynⓡ, Antithrombin Ⅲ)는 임상시험을 거친 후 유럽(2006)과 미국(2009)에서 최초로 판매가 승인됐다. 그 이후로도 토끼와 닭 등 가축의 유즙 및 계란에서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은 2016년 3월 돼지의 심장막으로 심장판막을 개발해 인체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돼지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은 후 2015년 돼지 각막의 판매를 승인했다. 뉴질랜드에서는 돼지의 췌도 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가 진행 중이다.

돼지의 세포나 조직을 이용하는 연구뿐만 아니라 장기 자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형질전환 돼지 심장을 개코원숭이에게 이식해 2년 반 동안 생존했다. 유나이티드세라퓨틱스 사는 연간 1000개의 돼지 폐를 생산하기 위한 기업형 농장을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과 동일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을 가진 동물을 생산해 질병연구와 의약품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그 예로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파킨슨병 증상을 나타내는 돼지를 만들어 이들 질병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치료제 개발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축산은 생명공학과의 접목을 통해 의료분야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세계 바이오의약품시장 규모는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0년 270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농업생명공학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 성과를 생산하고 있다. 이제는 축산이 식량 공급차원을 뛰어넘어 외연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변모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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