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벌꿀 생산농가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양벌꿀 제품에 대해 설탕을 먹여 생산한 것을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을 지난 4일 행정예고한 것이다. 표시도 제품 주 표시면에 12포인트 이상 활자로 표시토록 했으니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사양벌꿀은 양봉업계에서는 매번 논란거리가 되곤 했다.
‘사양’이란 용어에서 보듯 사양벌꿀은 ‘사료(설탕)를 먹여 키운 벌에서 만들어진 꿀’이다. 이를 두고 꽃에서 꿀을 생산하는 천연벌꿀 생산농가들은 ‘가짜꿀’, ‘설탕꿀’이라 칭하며 국내 양봉산업을 유지키 위해선 사양벌꿀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함께 유통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해 왔다.

매년 사양벌꿀을 천연벌꿀이나 숙성꿀, 농축꿀로 속여 파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면 양봉농가의 이같은 요구가 정당하다고 보이나 현실은 사양벌꿀업계의 의견도 만만치 않은터라 지금도 마트 한켠에는 천연벌꿀과 사양벌꿀이 함께 팔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같은 정부 조치는 가뜩이나 예년의 절반에 불과한 꿀 생산으로 어려움이 컸던 양봉농가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올해 국내 양봉산업은 붕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벌꿀의 서식 환경이 급격히 나빠진 데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의 벌꿀 수출국인 베트남과의 FTA(자유무역협정)도 지난 1월 발효됐다. 여기에 국내 양봉산업에서 70%를 차지하는 아까시 꿀이 올해 개화시기가 평년보다 2주가량 빨라진데다 채밀기간에 강풍과 심한 일교차로 꿀 생산량이 바닥을 쳤다.

실제 양봉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아까시 꿀 생산량은 1만4400톤으로, 2013년 2만4700톤, 2014년 2만4600톤, 2015년 2만3700톤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수매단가가 20% 가량 오르게 되자 양봉업계는 급기야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업경영회생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무튼 식약처는 내년 1월 2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후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니 내년부터는 소비자들이 국내산 벌꿀과 사양벌꿀을 확실히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양벌꿀 표기 의무화가 어려운 국내산 벌꿀유통 확대에 큰 단초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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