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농업회의소에 대한 도입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91년이다. 처음으로 법제화를 시도한 것은 1998년, 시범사업을 도입한 것은 2010년, 시군농업회의소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11년이다. 그동안 농업회의소법은 법제화를 위해 고치고 다듬으면서 18년을 거쳐 왔다.

농업회의소가 시급하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농민수가 전 국민의 5%수준으로 줄어들고 농업생산액비중도 국민총생산액의 3%이하로 떨어지면서 농정의 우선순위는 밀리고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농민의 권익을 대변해줄 비례대표국회의원 한명도 배정받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료정책심의위원회, 국민연금과 장기요양보험 등 농어민의 권익을 대변해주어야 할 전문가들이 필요한 자리에 우리들의 권익을 대변할 우리들의 대표자리는 한자리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가족부에도 교육부에도, 행자부에도 같은 상황이고 심지어는 관련부처인 농식품부산하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외면당하고 있어 농어민의 권리와 이익을 챙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회의소가 있으면 그러한 주요 위원회나 관련자문기구에 우리들의 대표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농어민들의 사정과 특성을 감안할 수 있는 정책의 입안이나 제도의 수립 시행에 그 권익이 훼손되지는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농업회의소의 설립과 활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농업회의소는 중요하고 시급하다. 농업이나 농어민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때 농업회의소를 거쳐 정리되고 합의된 의견들이 올라오면 좋겠지만 지금은 각종단체들의 편향되거나 상충되는 의견들이 동시다발로 제시되어 오면 대안도 어렵고 곤란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개방시대에 들어서면서 농업문제의 해결방향이 국내적 조건과 국제적 조건을 감안하여야 하고 때로는 농어민대의기관과 정부가 짜고 치는 협치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어업을 지원하는 것은 대부분 WTO규정으로 규제되지만 농업회의소가 지원하는 경우는 자치농정이므로 이러한 규정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정부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2010년에는 시군단위로 농업회의소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8개 시·군에 농어업회의소가 설립되었고 2개의 광역자치단체와 7개의 시·군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설립운영 중에 있는 8개 시·군 농업회의소 들이 대부분 법적근거를 갖지 못해 운영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회의소가 법제화되지 못하면 현재의 민간조직인 농어민단체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농업회의소는 헌법 128조 5항의 규정에 기초한 상공회의소 법과 동일하게 농업회의소법(특별법)으로 제정되어야만 한다.

상공인들의 권익과 대표성을 가지는 상공회의소는 만들어 지원하면서 농어민들의 권익과 대표성을 가져야할 농어업회의소의 설립과 법제정을 지연시키고  반대하는 농정당국을 이해할 수가 없다. 농어민들의 권익과 지위향상을 앞장서야할 농정당국이 시범사업은 추진하면서도 법제정은 반대하는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농민의 수가 더 줄고 비중이 줄어들면 농식품부를 없애려는 기업지상주의 세력에 밀려 경제부처에 흡수되고 농식품부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EU는 28개국으로 연합되면서 통화정책과 농업정책만을 통일된 공동정책으로 채택하였다. 농업정책을 공동정책으로 채택한 이유가 “농업이 안정되지 못하고 농산물과 식량이 자급되지 못하면서 선진국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농업회의소연대가 주축이 되어 농업정책을 공동정책으로 선택하고 공통성이 있는 농업의 공익성을 공동정책의 주축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공동체의 농업위원회가 농업을 공공재산업으로 선언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지원하는 정책을 통해 농어민들은 소득을 보장하고 있으며 농업의 안정과 농산물의 역내자급률을 92%까지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EU의 농민들이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받는 지원은 농가소득의 거의 50%정도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물을 살리고 흙을 살리며 환경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농약이나 제초제를 줄이고 친환경 유기농으로 노력을 하는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농사짓는 데는 한 푼도 지원받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농민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주니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건강한 물을 유지해 주니 물도 걱정 없이 마시며 환경도 건강하게 즐기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에게 노동력의 보상이 당연한 것이라는 논리로 국민을 설득시켜 농업의 공공성지원정책을 성립시킨 것이다. 유럽의 농업회의소가 없었으면 만들어 질수 없는 멋진 철학이며 WTO의 농사지원규제를 피해가는 현명한 정책이다.       

농업회의소가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업회의소가 하루빨리 제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농업회의소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정명채 전국농업기술자협회 경기도연합회부회장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