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두세 달이 지나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화훼산업에 미친 영향을 가늠하는 많은 보도와 해법 및 나아갈 방향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한국화훼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하나의 안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화훼산업에 대한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우리 화훼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경우 산업화 초기에는 뉴욕 등 동부지역의 대도시 주변에서 화훼산업(주로 절화)이 시작됐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당시의 화훼생산 최적지는 소비지 근교였던 것이다. 차후 도로망과 트럭 등 교통 수송을 비롯한 유통기술이 발달한 반면 오일쇼크 등으로 난방비 등의 생산부담금이 커지자, 화훼생산지는 연중 쾌청일수와 일사량이 많고 주야간의 기온차가 큰 로키산맥 기슭의 덴버나 샌프란시스코 등지로 이동하게 됐다. 또한 최근에는 생산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커지자 기후와 인건비 등의 여건이 보다 우위에 있는 중남미의 콜롬비아 등지에 꽃 생산 산업을 뺏긴 상황이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네덜란드는 아프리카 케냐로, 일본은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빼앗기고 절화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세계 3대 꽃 소비국인 미국, 네덜란드, 일본의 화훼산업 변천사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산 경쟁력을 잃어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국가의 화훼산업’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송성이 나쁘고 비용도 많이 드는 분화·화단묘 등 관상원예식물산업이 오히려 확장됐으며 절화소비도 지속되는 등 화훼유통을 비롯한 판매가 건재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국가들의 생존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현재 화훼생산주산국인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품종, 재배기술이 이들이 수출한 화훼육종R&D(연구개발)기술이라는데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화훼산업도 자유경제와 시장경제에 의해 지배되는 원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로서의 화훼산업진흥 거시적’ 전략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화훼산업진흥육성법 제정을 통해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시장규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실시하고 검역과 유통질서 확립, 품질관리와 소비자 만족도 증진, 소비다양화, 청소년들의 꽃소비 생활화 기회 제공, 소비자 입장에서 화훼 이용효과 연구와 홍보 등의 대책들을 하루 속히 착실히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특히 우리 국토에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내한성 등 우수한 형질을 가진 초본류와 목본류 등 다양한 관상화훼식물들이 보물처럼 산재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 보물들을 활용한 ‘시들지 않을 우리 나름의 관상화훼산업’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식물생태생리적 및 유전적 특성을 파악하고 수집과 보존, 종속간교잡 등 육종, 산업화를 위한 품종개발, 상업화 생산방안 개발 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화훼인들도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략과 실행방안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자.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국내 화훼산업이 일시에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위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정병룡 (사)한국화훼학회·(사)한국화훼산업육성협회장(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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