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및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수산보조금 문제는 한 동안 소강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 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되면서 수산보조금 문제가 다시 이슈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우리 정부도 국내 수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산보조금 폐지에 대해 방어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진다.

최근 남북 관계가 심각하게 경색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화에 불참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우리나라와 함께 수산보조금 폐지에 반대해 온 일본마저도 TPP 협정 비준안이 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 승리하면서 미국의 TPP 협정 비준에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호주, 뉴질랜드 등의 수산업 선진국의 금지 수산보조금 지원에 대한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그런데 WTO 각료회의나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있어 왜 수산자원의 관리가 중요시되는 것일까? 이는 공유자원인 수산자원이 자유무역 협상의 논의에 앞서 범지구적으로 관리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미래식량의 보고인 수산자원이 더 이상 멸종하거나 남획되고 있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의 결정적 산물이 바로 태평양?아세아 지역의 12개 회원국이 타결한 TPP 협정의 수산보조금 관련 환경규범이다.

TPP 협정은 환경규범 내에 수산자원의 보존 및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을 부추기는 수산보조금과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을 지원하는 수산보조금에 대해 금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수산자원관리제도의 운영에서 과잉어획 및 과잉어획능력의 방지와 비목표어종과 치어에 대한 부수어획 저감을 중요시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국에게 과잉어획된 어종의 회복 등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이들 회원국은 자국의 수산자원관리를 최상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수립·운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수산자원의 효과적 관리가 TPP 규범 내에서 금지수산보조금을 피해갈 수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됨에 따라 TPP 회원국들과 동 협정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국가들에 있어 수산자원의 과학적 평가 및 효과적 관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TPP 협정을 가입하려 한다면 필히 자원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수산자원의 이용에 있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일례로 남획을 부추기거나 이미 남획된 어종을 어획하는 업종에 대해 면세유와 같은 수산보조금 지급이 TPP 협정 하에서는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보조금의 중단이 가져올 수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수산자원관리의 정책적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수산자원의 평가 및 관리 체계의 개선 등이 동 협정의 가입에 앞서 정부와 어업인, 그리고 산학연의 전문가 등의 충분한 검토를 통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산자원관리에 기본이 되는 정보축적 인프라 구축 등도 관련 예산을 확보, 조속히 구축될 필요가 있다.
 

남종오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