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시골에 내려가 주민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지주민과 귀농귀촌인 사이에 시각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서로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는 한 귀농귀촌은 헛바퀴를 돌게 뻔하다.

귀농을 한 한 은퇴농부 얘기는 이렇다. “임대농기계를 빌려 사용하려면 어디를 가야하는지 알려주는 곳이 없다”며 지원이 부족하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이제 시작이다 보니 농사규모가 적어 멀칭용 비닐이 반개 정도 필요한데 하나를 사야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푸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귀농귀촌교육을 하는 곳이 우후죽순 식으로 문을 열어 운영 중이고, 귀농귀촌을 하려면 단기교육이라도 받고 왔을 텐데, 그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교육을 하길래 이런 불만을…….

현지인 반응은 정반대였다.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들은 농촌에 오면 엄청난 지원이라도 받는 줄 알고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업농촌에 많은 돈을 지원했다고 하지만 현지인들 가운데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받은 사람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잔뜩 기대를 하고 귀농귀촌을 했는데, 생각과 다르니 불평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일침이다. 그의 얘기는 틀리지 않다.

귀농귀촌인과 현지인들 사이에 생각이 이렇게 다른 것은 새삼스런 내용도 아니다. 현지인과 귀농귀촌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두껍고 높은 장벽이 쳐져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벽을 어떻게 허무느냐가 귀농귀촌의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장벽을 열 열쇠를 찾지 못하면 마주보고 사는 이웃이면서도 이웃이 아닌 사이가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귀농귀촌은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정도는 어쩌면 그나마 나은 상황일지도 모른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싫어서 마을을 새로 조성해 들어가는 귀촌인들도 있고, 정부는 이런 귀촌인까지 지원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시골은 정이고 인심이라고 표현을 한다. 인심과 정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적인 삶이 진정한 시골에서의 삶이다. 이웃과 정도 인심도 나누지 못하는 삶을 살려고 시골에 내려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귀농이든 귀촌이든 성공하려면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내려가야 한다. 귀농귀촌을 해 이웃 주민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서로 돕는 시골생활을 만끽하려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무엇보다 먼저 알고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 이뤄지고 있는 많은 귀농교육기관들은 영농기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귀농 목적은 영농이지만 농사기술만으로는 시골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이웃과 사이만 좋으면 농사기술쯤이야 이웃을 가정교사 삼아 전수받을 수 있다. 귀농교육에는 유통교육도 포함돼야 한다. 농사만 지으면 뭐하나.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 선호하지 않는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한해농사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귀농귀촌교육기관의 역할이 막중하다. 교육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귀농귀촌이 붐을 이루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귀농귀촌은 정부의 성공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여기에 억대 귀농인 성공사례까지 곁들이면 ‘귀농드림’이라고 할까?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앞으로 농촌에 더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귀농귀촌을 하면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겠지 하는 허황한 기대는 성공의 걸림돌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귀농귀촌을 할 때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