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초순부터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의 국내 전파 상황이 심각하다. 충남의 봉천강변 인근 지역에서 시작돼 50여일이 경과된 올 1월 초순 현재 경북과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해 닭과 오리농장 합산 약 600여 농가에서 약 30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매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중앙정부와 발생지역 관할 지자체에서 많은 인력과 물자를 동원해 닭과 오리농가의 출입을 제한하고, 축산관계 차량 소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전파 차단은 실패했고, AI 바이러스는 농가에서 농가로 수평전파됐다. 2003년부터 국내에서 발생되는 AI의 가장 큰 문제점이 이것인데,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AI 바이러스의 국내유입은 철새에 의한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고, 이는 초기 발생농가의 지리적 분포로도 확인된다. 철새를 통해 국내의 자연환경으로 유입되는 바이러스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막을 수 없다. 그렇지만, 철새가 서식하는 자연환경으로부터 농장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최선을 다해 막도록 노력해야했고, 발생 농장에서 인근 농장으로의 수평전파는 반드시 막아야 했다. AI의 수평감염 차단은 국내 닭과 오리 사육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구제역 등 다른 전염성가축질병의 차단과 근절에도 핵심적인 문제이다.

혹자는 수평전파 차단의 실패 원인으로 소독약품의 효력을 의심하기도 하지만, 방역당국에서 금년도 전반기 국내에 유통되는 소독약을 전수조사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이번엔 그럴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혹여나, 우리는 그 동안 차단방역과 소독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축산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필자는 의심한다. 아니, 의심보다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점차 굳어져간다. 겨울철 낮아지는 기온에 따른 소독약의 효력저하, 유기물에 오염된 축산차량의 소독 미흡, 축산시설에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에 대한 적절한 소독 포인트의 놓침, 희석 후 오랜 시간이 경과한 소독액의 사용, 자동화된 방역기계에 의한 소독약의 지나친 희석 등을 말이다. 위에 언급한 각 요인들은 그 정도에 따라 소독약제의 효력과 병원체의 사멸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방역현장과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위 요인들과 소독약제의 효력 변화의 상관성을 인지해 적절하게 대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방역전문가의 역할이 꼭 필요한 이유다. 다양한 환경요인에 따라 효력이 크게 변화하는 소독약제의 적절한 사용법을 농가에 지도하고, 설치된 방역기의 적절한 작동여부와 효력을 점검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소독약제 자체의 효력도 점검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방역현장에서 소독약제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해 보인다. 혹여나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즉시 개선해야만 한다.

AI가 발생한 지역 내에 위치한 닭이나 오리농가들 중 질병 발생 차단에 성공하고 있는 농가들이 있는 반면, 어떤 농가들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발생한 농가와 발생하지 않은 농가들 사이에 수평전파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차단과 소독방법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 차이를 찾아야 한다. 그 차이를 찾아 전국의 닭과 오리 사육농가들에 안내하고 적용해야 한다. 매년 때가 되면 국내로 날아오는 철새와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의 특성만을 탓할 것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축산현장에서의 AI, 우리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선 현장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AI와 구제역 등 주요 가축전염병의 수평전파 차단이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의 1차 목표가 돼야하고, 현장에서 반드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백신개발이나 축산환경의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 등에 관한 논의는 그 다음이다. 끝으로 한 가지 이번 경험을 교훈삼아 필요할 때 방역현장에 언제든 달려가 가축 생산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역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토록 관계 당국에 꼭 권고하고 싶다. 현재 농식품부 산하에 있는 관계기관들을 활용하는 방법부터 같이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축산의 미래는 위생과 방역에 달려있다. 방역에 실패하는 축산은 경영을 보장받지 못하고, 위생이 담보되지 않은 축산물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농훈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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