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농산물을 어디에다 어떻게 판매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다양한 유통여건 변화로 유통경로 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농업인의 입장에서는 공정하고 안정된 판매처를 선호한다. 

현재 중앙 및 지방정부가 전액 투자해 개설한 공영도매시장이 올해 1월 기준 33개소가 전국에 개설·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지방도매시장의 성장이 다소 정체 상태이긴 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신속한 대금결재 등의 장점으로 유통경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 위치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핵심적인 유통 경로인 도매시장에서 유통주체들 간의 거래제도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도매시장의 입지 약화와 출하 농업인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거래제도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농산물을 대신 판매해주는 도매시장법인이 집하활동을 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구매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도매인이 분산을 담당하는 형태의 상장거래제와 집하와 분산을 한 주체가 수행하는 시장도매인제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상장거래제의 예외적인 제도로 중도매인이 직접 활동을 허용하는 상장예외거래품목을 지정, 운영하고 있어 도매시장 거래방법은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상장거래제인 경매의 장점은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형성, 신속하고 정확한 대금정산, 품질향상 촉진 등이며 단점은 하역, 진열 등 물류비 증가, 거래 가격의 변동성이 큰 것이다. 시장도매인제의 장점은 신속한 거래, 신선도 유지, 거래비용 절감 등이며 단점은 거래과정의 폐쇄성, 대금정산 지연 우려, 영세 출하자 거래교섭력 취약 등이다.

거래제도는 산지와 소비지의 유통여건과 환경 변화에 따라 결정되고 변화돼야 하며 현재 여건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시장 이용자인 생산 출하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후 결정돼야 한다.

현재 산지는 아직도 규모화가 미흡하고 개별 소량출하 형태가 대부분으로 이러한 여건에서는 경매 거래가 출하 농업인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거래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경매위주의 거래제도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가격 변동 폭이 크고 대량 출하자에 대한 인센티브 미흡 등의 문제가 제기돼 정부가 경매 이외에 정가·수의매매를 거래원칙으로 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와 개선에도 불구하고 거래제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논의의 초점이 공영도매시장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주체들의 이해득실에 초점이 맞춰져 농업인들의 의사는 배제되고 이해당사자인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그리고 비전문가인 개설자 및 개설시의회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이 영세한 소농구조의 출하 농업인들의 투명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정부가 확보해 주기 위한 것이라면 이를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거래제도가 우리의 현실에 가장 적합한 것인가를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심해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와 같은 소규모 생산여건인 일본은 공동출하로 규모화 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집과 분산의 전문성을 고려해 상장거래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매비율은 낮지만 예약상대매매 등을 잘 활용해 무리 없이 도매시장을 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위험한 모험을 계속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동혁 (사)한국식품유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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