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목이다. 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이고, 설대목은 그래서 연중 가장 큰 장이 서는 시기이다. 하지만 설대목 분위기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그 이유는 우리경제의 장기불황터널 진입과 김영란법 여파로 압축할 수 있다. 그 이외에도 이유를 찾자면 많고 많지만.

우리 경제가 이미 1990년대부터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경제를 답습한다는 우려가 많다. 혹자는 시작이라고 하고, 혹자는 이미 장기불황터널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시점이 문제일 뿐, 우리경제가 장기불황터널에 진입한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해 9월말 시행된 김영란법은 소비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선보인 설선물세트는 대부분 이 법에 맞춰 5만원 미만짜리로 꾸려졌다. 하지만 설 명절을 1주일 정도 남긴 최대 성수기인 지금도 매기는 꽁꽁 얼어붙었다는 게 유통업계의 하소연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대에서 2%대로 낮춰 잡았다. 경제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중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때 보다 더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인구고령화와 전체 가구의 절반이 넘는 1인, 2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도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게 뻔하다.

농업은 경기상황에 가장 둔감한 산업 가운데 하나이다. 그 어려웠다는 IMF체제 때 농업은 오히려 우리나라를 안정시키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런 농업도 올해는 힘든 상황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김영란법으로 경기에 가장 둔감하다는 먹을거리와 설선물세트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농업도, 농업인도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장기불황터널에 진입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너도 나도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농업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종전과는 다르고, 보다 정교한 농업경영전략이 요구된다. 먼저, 재배단계부터 공략할 소비자 계층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작목,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지갑을 닫는 소비자와 소량구매가 특징인 1인가구와 2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선호하는 농작물을 이들 취향에 맞게 생산하고, 공급해야 한다. 종전과 같이 농산물을 ‘크게’ ‘더 크게’만 생산해서는 이들을 공략할 수 없다. 소비자 부담은 줄이고, 1인가구나 2인가구도 부담 없이 구입해 먹을 수 있는 크기의 농산물 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은 기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누가 잘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경기영향으로 소비가 침체되면 탈락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옥석은 이제부터 가려지게 된다. 생산성이 높아야 불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부터는 생산성 증대를 통해 살아남는 농업경영을 해야 한다.

이 같은 일들은 혼자 할 수 없다. 세계시장이 하나처럼 굴러가는 글로벌경제체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농가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 농가와 농가는 물론이고 농가와 유통업계, 농가와 유통전문가, 농가와 소비자 간에도 서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해야만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농산물을 파악할 수 있고, 타깃마케팅도 정교화 할 수 있다. 위게더(Wegether;We+Together)!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고, 같이 가야만 위기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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