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형 소포장 축산물·고급 소프트아이스트림을 부담없는 가격에 혼밥족 ‘취향저격’

축산물 유통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1인가구 증가에 따라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고령화,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이 사회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축산물의 품질·서비스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간 경기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가격 대비 높은 품질, 즉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패턴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이에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비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축산업계를 살펴봤다.

# 한우도 1인분…대세는 ‘소포장’

한우산업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응키 위한 전략모색에 한창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인 지난해 추석부터 실속형 소포장 한우 선물세트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으며, 지난 설(1월 28일)부터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비트렌드에 대응한 다양한 실속형 상품 개발 유도 및 소비자 인지도 제고를 통한 축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실속형 축산물 ‘BEST10’을 선정하기도 했다.

선정된 실속형 축산물 ‘BEST10’ 상품은 대부분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로 가격대비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트렌드에 부합토록 구성돼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소비위축을 완화키 위해 소비자들에게 5만원 이내의 다양한 ‘실속형 축산물 상품’의 선물세트를 선보여 올바른 선물 문화 유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가격을 낮추기 위해 포장재·디자인 등을 직접 개발하고, 산소 포장 기술 등을 활용해 보존성을 높인 것이 돋보인다. 또한 다양한 제품군으로 소포장해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합토록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실속형 축산물 'BEST10'에선 대구축협의 ‘팔공상강한우’가 경제성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한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1등급 등심(구이 300g), 앞다리(불고기 300g), 사태(국거리 300g) 등으로 구성된 제품이 4만9000원으로 소비자들로부터 품질대비 저렴한 가격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품질과 활용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한돈부문에는 ‘도드람한돈’이 대상을 차지했으며, 삼겹구이(300g), 목심구이(300g), 항정살(300g) 등으로 구성돼 4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실속형 축산물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홍보로 최근 위축돼 있는 축산물 소비를 확대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이다.

최명철 농식품부 축산정책 과장은 “1인 가구와 가품비 중심의 소비트렌드의 변화가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올해 본격적으로 소포장·실속형 상품 개발 및 소비확대를 위해 생산자·소비자 단체, 유통업체와 함께 상생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농협안심축산에선 최근 1인 가구와 소규모 가족을 대상으로 농협안심한우 소포장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식문화 변화에 대응해 인기부위인 등심, 국거리, 불고기를 각 200g 단위로 소포장해 한번에 적은 양을 조리할 수 있도록 소포장 상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윤효진 농협 안심축산사업부장은 “그동안 레토르트나 인스턴트 식품처럼 저장기간이 길고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 ‘가정식 대체식품(HMR)’ 제품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한끼를 때운다는 인식보다는 혼자서도 맛있게 제대로 먹자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으로 되고 있다”면서 “농협안심축산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포장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도가 높은 만큼 추후에도 소비트렌드에 맞으면서도 안전하고 맛있는 축산물을 제공해 한우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말했다.

# 우유, 새로움을 입다

낙농업계의 소비 및 유통 변화는 다른 축산물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장기화된 국산 원유 수급불균형으로 유업계들은 우유소비를 해결할 수 있는 유제품 개발에 앞 다퉈 진입하고 있는 것.

흰 우유 및 가공우유 등 음용유의 가정 내 소비 점유율이 2011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에 따라 유업계들은 단순히 마시는 우유에서 벗어나 우유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유업체들은 원유를 활용할 수 있는 자체 고급브랜드를 만들어 풍미가 뛰어난 프리미엄 커피를 개발하는가 하면 외국의 유명 브랜드와 손을 잡고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자회사 엠즈씨드를 통해 프리미엄 카페 ‘폴바셋’을 오픈, 길거리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매장으로 들여와 고급화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구매 시 기본우유, 저지방우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으로 무료 변경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서비스를 마련,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강화했다.

이러한 소비자 지향적인 서비스로 ‘폴바셋’은 지난해 2배 가까운 성장을 이끌어 내며 우유 소비촉진에도 앞장서고 있다.

우유시장 변화의 움직임은 창업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12일에 개최된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선 테마가 있는 우유 전문점을 컨셉으로 한 ‘우유 전문 카페’ 아이디어가 영예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카페 문화에 익숙한 젊은 고객을 겨냥한 로드샵 형태의 ‘우유 전문 카페’로 우유 소비 활성화에 기여해 국산 원유 수급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최현호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박사는 “이제 음용유로서의 우유는 소비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국산 우유 소비확대를 위해선 소비자 계층별 소비의식 및 행태의 분석과 함께 다양한 유제품 개발을 통해 국산 원유 소비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통 채널 ‘다각화’ 모색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 형태에 발맞춰 유통 채널도 새롭게 변하고 있다.

농협안심축산은 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을 기치로 골목상권과 상생하는 ‘칼 없는 정육점’을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다.

‘칼 없는 정육점’은 고품질 한우를 도축단계에서 포장해 동네 슈퍼 등 소매점에서도 신선육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매장 규모가 협소해 정육을 취급할 수 없는 동네 슈퍼 등 소매점을 대상으로 소포장 형태의 축산물 완제품을 판매토록 하는 신개념 유통채널이다.

기존 식육 판매점은 칼을 비롯해 각종 강비, 냉장설비, 기술자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했지만 ‘칼 없는 정육점’은 냉장 진열장을 설치할 1.5㎡ 공간만 확보되면 농협으로부터 한우와 돼지고기 소포장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무인 정육점인 셈이다.

이 ‘칼 없는 정육점’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축,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농협안심축산 관계자는 “칼 없는 정육점은 기존 축산물 유통과정과 차별화되는 신개념 유통 채널로 축산물 유통혁신의 시발점”이라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의 인프라와 농협의 역량을 결집해 축산물 유통단계를 축소하는 동시에 거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축산물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11월 30일 FTA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 청탁금지법 시행 후 소비 트랜드 변화 등 소비변화에 능적적으로 대응키 위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을 수립 했다고 밝혔다.

오는 2020년까지 농협 정육식당 600개소, aT 사이버 거래 1조800억원 등 소비지 판매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국내산·수입산 유통단계별 축산물유통실태 및 가격 정보 공개도 확대한다.

특히 농식품부는 민간·협동조합형 패커, 브랜드 육성으로 유통단계를 기존 4~6단계에서 2~3단계로 축소해 유통경로의 경제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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