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명절에 우리 국민들은 각종 먹거리로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접하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아마도 이제는 ‘식재료의 원산지가 국내산인가 아니면 외국산인가’ 여부보다는 ‘과연 얼마나 안전할까’를 생각하는 안전성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이 다양한 나라들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할 때 발생하는 각종 병해충 및 잡초의 경우 각 나라마다 재배환경과 기상환경이 다르고 이들을 방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들도 다를 수 있다 보니 국내에서 사용된 적이 없고 외국에서만 사용되는 농약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안전성 유무를 정확히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외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사용된 농약도 국내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적용하되, 기준이 없다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기준을 따르고, 그것도 없다면 해당 농약의 유사작물에 대해 설정된 최소 잔류허용기준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산 농산물의 농약 안전성 관리를 식약처에서 농산물 각각에 대해 설정한 농약의 최대잔류허용기준에 따라 관리해 오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1일부터는 수입 견과종실류 및 열대과일류에 있어서 국내에 그 농약의 잔류허용기준치가 설정돼 있지 않은 농약을 살포하였을 경우에 농약 성분 각각에 대해서가 아닌 일괄기준으로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를 도입해 ‘0.01ppm 미만‘이라는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이는 다른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서 농산물 중에 잔류돼 있는 농약의 잔류량을 분석하는 기기 및 기술의 발달과 연관된다.

화학물질 분석을 위한 분석 장비와 분석 기술의 발달은 농식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검출뿐 아니라 스포츠 경기의 금지 약물 검출에도 크게 공헌하고 있다. 복용한 금지 약물의 검출로 인해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받았던 각종 메달들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태가 최근 들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 이러한 경향을 잘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농산물 내에서 분해되거나 대사된 농약의 대사산물들은 그 양이 극히 적어 분석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잔류량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극미량의 잔류량도 검출할 수 있는 기기와 분석법의 발달로 관련 대사산물들에 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들도 모화합물과 합산해 잔류량에 포함시켜 평가하고 있다. 또한 검출되는 잔류량의 절대치도 점점 낮아져 검출 수준도 마이크로그램에서 나노그램으로, 더 나아가 피코그램까지도 검출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온 컴퓨터를 통한 세밀한 측정과 자동화 덕분에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농식품의 안전성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금까지 우리는 방대한 양의 안전성 평가와 관련된 데이터들을 갖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는 어느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컴퓨터를 통해 방대하게 구축된 빅 데이터들이 소프트 파워를 거쳐 지능화됨에 따라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 속에서 하나씩 둘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이 농장에서 재배되는 단계부터 수확·가공·저장 및 수송돼 우리들의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from Farm to Table)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뿐 아니라 살포된 농약들의 잔류분석을 통한 잔류 경향을 조사해 이들 데이터들을 시뮬레이션 하는 등 지능화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손쉽게 국내외 농산물의 잔류농약에 의한 안전성 유무를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 김장억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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