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A형·O형 동시발생…방역차질 ‘불가피’
“생산량 감소 때문에 백신접종 기피” 어불성설
실제 생산량 감소 크지 않아…언론보도 차이 있어

▲ 이번 구제역 발생원인을 두고 백신미접종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농가들은 백신 접종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일 충북 보은 젖소 농가에서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튿날 160km이상 떨어진 전북 정읍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 구제역 확산의 조짐이 시작됐다. 결국 8일 경기 연천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같은 시기 서로 다른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 발생한 것은 처음이어서 방역대책에도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구제역이 7년 만에 젖소 농가에서 원발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기 다른 지역의 젖소농가에서 다른 혈청형의 구제역이 발생한 점도 이번 구제역이 더욱 어려운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다.

7년만에 소에서 시작된 구제역, 무엇이 문제이고 이전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심층적으로 알아본다.

<上> 젖소 원발 구제역, 미접종 ‘논란’
<下> 소 원발 구제역, 무엇이 달라야 하나

# 원거리에서 구제역 발생, 전국 확산 우려

10일 현재까지 발생된 구제역은 총 4건으로 보은 젖소 농가에서 O형, 정읍 한우농가에서 O형, 연천 젖소농가에서 A형 보은 한우 농가에서 O형 등 다른 혈청형의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이다.

특히 같은 혈청형의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과 정읍은 직접적 역학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산재한 것으로 판단, 전국적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된 상황을 의심케 하고 있다. 문제는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혈청이 A형으로 이형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 방역대책과 백신접종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정부는 전국 우제류 가축 관련 축산관계자, 생축, 축산차량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및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충북과 전북도의 살아있는 우제류의 타 시·도 반출을 금지시켰다.

전국 모든 소에 대해서는 백신 일제접종을 추진, A형 발생에 따라 ‘O+A’형 백신접종 90만마리에 대해서는 A형 유전자 분석시까지 일시 보류하고 193만마리에 대해 O형 백신부터 접종키로 했다. 다만 연천과 역학지역은 시급성을 감안해 유전자 확인 전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키로 했다.

# 농가 백신접종 기피하나

젖소에서 구제역이 첫 발생한 것은 2010년 포천·연천지역에서 발생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낙농가의 경우 유업체별 자체적인 방역조치와 함께 지정 수의사를 운영하는 등 별도의 지침들이 있기 때문에 젖소 농가에서는 구제역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었던 만큼 이번 구제역이 젖소에서 원발한 것을 두고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항체형성률과 관련해 백신접종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어 농가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발생농장 항체형성률을 보면 보은이 20%, 정읍이 5%, 연천이 52%로 나타났다. 정읍의 한우농가는 전체 48마리중 38마리가 암소로 암소비율이 높아 유사산이 우려되는 백신접종을 기피했다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가의 경우도 백신접종 시 유량이 20% 감소함에 따라 백신접종을 기피한 것 아니냐는 일부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지역의 한 낙농가는 실제 백신 접종 후 유량을 자세히 기록, 유량 감소가 언론보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농가는 “백신 접종을 하면서 스트레스 완화제를 썼는데 유량이 가장 감소한다는 백신접종후 2~3일 동안 일 원유생산량이 1040kg에서 970kg으로 70kg 떨어졌다”며 “이는 약 7% 가량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언론보도와는 차이가 있으며 농가들이 이 정도 생산량 감소 때문에 백신접종을 꺼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 낙농가, 유업체 백신 접종 논란두고 ‘발끈’

또한 유업체별로 방역수칙을 별도로 세우고 백신접종과 관련한 자체적인 수칙이 있는 만큼 백신 미접종으로 구제역 발생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유업체의 관계자는 “지정수의사 제도를 운영하며 지자체와는 별도로 백신접종을 수의사가 하는 쪽으로 추진해 왔다”며 “백신접종을 미접종한 것으로 의심하며 낙농가들의 책임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낙농가들도 항체형성률만을 가지고 구제역 발생을 농가의 책임으로 모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충북의 한 낙농가는 “매일 원유를 집유하고 성적이 나오기 때문에 질병이나 젖소의 상태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고 항체형성률이 20%로 낮다고 하지만 백신을 아예 접종하지 않았으면 이런 항체형성률 자체가 나올 수 없다”며 “백신접종시 오일백신이기 때문에 기온에 따라 항체형성률이 달라질 수 있고 젖소는 원유를 생산하기 때문에 온도차가 심할 때는 면역력이 약해져 이에 따른 항체형성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SOP에 따라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를 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에 송부해 바이러스 분석 및 백신매칭 결과를 확인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농림축산검역본부 자체적으로도 백신매칭 시험을 해 적합성을 종합 분석할 예정에 있어 백신접종 여부를 둘러싼 농가와 정부와의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