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법인화…사실상 '좌초위기'
사업구조 개편과 별개해석 400억 규모 법인세 '큰걸림돌'
자회사 간 임금격차·노조 상이…통합중단 이유로 작용
사라지는 임원·이사자리 미련…정치적 문제 유력 의견도

혼밥·혼술족이나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최근 소비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 역시 이러한 변화의 기류 속에서 생존을 위한 자구책 강구에 여념이 없다. 단계를 줄이는 유통구조 개선과 불필요한 비용 절감 등 한마디로 살을 깎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치열한 전장이 되고 있는 소비지 유통환경 속에서 농협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통 자회사 통합 추진을 중단하는 등 취약한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다. 농협의 소비지 유통 현황과 나아갈 바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上)사라진 개혁 의지
-(下)변화하는 유통환경, 역행하는 농협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와 소매유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통 자회사 통합을 추진해왔으나 지난해 말 법인세 문제 등을 이유로 중단했다. 농협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부경유통, 농협대전유통 등을 농협하나로유통과 통합, 단일법인화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소비지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이다.

# 유통 자회사 통합은 의지의 문제

농협이 유통 자회사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400억원 규모의 법인세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중앙회 지분이 경제지주로 이관되면서 발생했던 법인세 부분은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해소됐지만 자회사 통합은 사업구조 개편과 별개로 해석돼 400억원 규모의 법인세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 문제는 처음 통합 계획이 수립되던 2012년도부터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던 부분이며 농협은 지속적으로 국세청에 긍정적인 유권해석을 위한 이해활동을 전개해왔다. 또한 5개 유통자회사 간 지분교환 시행 로드맵을 작성하고, 연구용역을 추진키도 했으며 법인별 발생 조세 확정과 납부를 준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농업계 전문가들은 “유통 자회사 통합이 이뤄질 경우 매년 100억원 가량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당장 법인세 400억원 때문에 추진을 중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법인세 400억원이 통합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면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조해 세제 혜택을 강구하는 방법도 추진할 수 있다”고 개혁을 위한 의지의 문제로 평가하기도 했다.

 

# 정치적 이유로 소매유통 포기하나

농협은 법인세 문제 다음으로 유통 자회사 간 임금 격차와 노조가 다르다는 부분을 통합 중단의 이유로 들고 있다.

여건은 달랐지만 농협은 이미 농·축협 통합 과정에서 유사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다. 또한 지난해에도 유통 자회사 통합에 대비해 통합 조직·인사 시스템 구축을 위한 본사 및 판매장 조직·인력 운영체계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으며 급여체계는 현 근로조건을 유지하되 단순화하는 해소방안을 도출키 위한 노력을 경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농협 유통 자회사 통합이 중단된 원인은 정치적인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합으로 사라지는 4개 자회사 임원·이사급 60여개의 자리에 대한 미련이라는 것이다.

농업 관련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농협은 산지에서의 영향력은 강한 반면 소비지에서는 취약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서 유통 자회사 통합을 중단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로 소매유통 체인화 등 개혁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유통 자회사 통합은 법인세, 임금 격차 등의 문제로 중단된 것이지 계획 자체가 공식적으로 취소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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