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국내 가축사육환경 변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적 요건들을 따라잡기 위해 정부의 관련부서들은 제도를 정비하고 있고, 연구용역도 활발히 발주하고 있다. 가축을 사육하는 생산자들도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시스템 도입, 축사시설 현대화, 악취발생 저감을 위한 환경 정비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축사육을 업으로 삼기에는 점점 열악해져 가는 국내의 현실과 지속적으로 물량이 늘어가는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변화를 꾀해야만 국내 축산업의 생존이 담보될 수 것이다. 정부의 관련부처와 많은 축산인들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산현장을 자주 방문하는 필자의 눈에는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있어, 본 지면에 적어본다. ‘가축 출하단계 위생관리’가 그것인데, 이는 경제적 측면(사료비 절감 및 육질 개선)에서는 수 천억 단위를 넘는 비중이 아주 큰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위생적으로는 국민보건과 환경오염 방지 및 방역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담당부서에서는 위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중요성을 인지해 몇 해 전부터 제도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생산자들의 좀 더 적극적인 협조가 동반돼야만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축산농가에 교육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 관계자분들과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한 HACCP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도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동참도 기대해본다.

가축을 출하하는 단계에서의 위생관리 항목에 직접적으로는 ‘항생물질을 포함한 동물약품의 잔류’와 ‘주사침 잔류’ 문제가 해당되고, 간접적으로는 ‘가축의 출하 전 절식’과 ‘체표오염물질 제거’가 포함된다고 하겠다. 축종에 따라서는 병원성미생물(예: 살모넬라)의 오염 여부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십여 년 전부터 국내 가축사육농가에 적용된 HACCP 시스템의 효과에 의해 항생물질을 포함한 동물약품 잔류 문제와 주사침 잔류 기록 관리는 많이 개선이 됐다. 그러나 다소 간접적(?) 항목이라 생각되는 ‘출하 전 절식’과 ‘체표오염물질 제거’엔 그 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및 정부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간과됐던 두 항목의 중요성이 관리돼 왔던 두 항목의 중요성에 비해 다양한 측면에서 결코 비중이 낮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가축을 출하하기 전 일정시간 ‘절식’시키는 것과 ‘체표오염물질을 제거’ 하는 것의 효과는 경제적, 위생적, 환경적 및 방역 측면에서 너무도 중요하다. 가축을 출하하기 전에 절식 시키는 효과는 아주 다양한데, 가축을 농가에서 도축장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 폐사율을 낮춰 주고, 육질의 등급이 높아지며 불필요한 사료의 낭비를 없애 사료비 절감으로 농가에 많은 경제적 이득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송 및 계류 중에 차량과 가축의 체표 오염을 저감시켜 병원체가 주위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도축장에서는 도축 폐기물발생 감소에 의한 경제적 이득이 있고, 환경부하 감소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위생적인 측면에서는 도축과정 중 백내장 파열 저감에 의한 지육오염 예방의 효과도 아주 크다. 출하 전 가축의 체표에 심하게 붙어있는 분변 등의 오물을 제거하면, 운송 중의 환경오염 및 미생물 확산을 줄일 수 있고, 도축과정에서의 지육오염 가능성을 대폭 낮춰 식육의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 동안 정부 및 연구기관에서 가축의 출하 전 절식의 효과를 알리고 안내했음에도 일부 축종의 소규모 농가들에서 잘 이행하지 않았던 이유는 일정시간 가축을 절식시킬 경우 기른 가축의 생체중 감소로 인해 가격을 충분하게 받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에서 농가에는 손실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고, 본인도 최근 실시한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가축을 출하하기 전 가축에게 사료를 급여하는 것은 농가에게 아무런 실익이 없고, 설사 도축 전의 생체 무게로 가축의 가격으로 정산해도, 위생적, 환경적 및 방역 측면에서 오히려 많은 문제만을 야기할 뿐이라는 것을 모든 축산인이 인지해 출하 전 절식과 체표오염물질 제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주시기를 간곡히 권고 드린다. 
 최농훈 건국대 수의과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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