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회의소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또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관련법을 논의했으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농어업회의소 법률을 계류시켰다.

농어업인의 대표조직으로서 그 권한과 위상을 제고하고, 농어업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농정의 협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임에도 대표성의 한계, 옥상옥 구조 등 신중론에 밀린 것이다.

농어업인들의 오랜 숙원사항인 농어업회의소 국회 상임위 처리 불발은 안타까움을 넘어 농어업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국회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농어업인들은 그동안 정책실패에 따른 정부불신이 팽배하고, 농어업 위축 역시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특히 정책수립과정에서 농어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불만과 함께 정부불신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향식 정책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농어업인들의 신뢰가 부족한 실정이고, 농어업의 현실과 차이가 있는 정책도 추진돼 정책의 효율적인 추진이 필요한 만큼 농어업회의소 설립의 명분은 충분하다.

나아가 농어업인들의 대의기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하고, 농어업인들의 참여에 의한 농업정책 수립과 이에 따른 책임까지 묻기 위해서는 농어업회의소의 법제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농어업을 둘러싼 환경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농어업회의소를 중심으로 농어업계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져야 하고, 정부 역시 농민단체와의 공고한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농민단체와의 차별성 운운하고, 참여농민단체 비율을 고려한 대표성을 따지는 것은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필요성은 이미 20년의 세월을 뛰어넘는다. 농·축·임협,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35개 단체가 한국농업회의소(가칭) 설립을 위한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때가 1998년 3월이다. 이 때부터 농민단체의 활발한 논의가 이어져왔고, 국회에서도 1998년 10월과 2013년 12월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제는 결실을 거둬야 한다. 강원 평창, 전북 진안, 전남 나주 등 전국의 7개 시군이 이미 농어업회의소를 설립·운영하고 있는데다 충남, 제주 등 2개 광역지역을 포함한 10개소가 설립을 준비하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더 이상의 논의를 끝내고 이번에야 말로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농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책임도 지는 대의기구를 통해 효율적인 농어업 정책시행과 농어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려는 국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야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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