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바닷모래채취 재개
해양환경파괴 '불가피'···기간연장 철회 촉구
구체적 실행계획·어업인 피해 지원방안 필요
국회, 바닷모래채취 중단·수산업계 보호 위한 적극적 조치 촉구

 

해양수산부가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골재채취 기간을 연장키로 하는 의견을 국토부에 통보, 골재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 공노성 수협 지도경제대표이사<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정연송 남해바닷모래채취대책위원장<사진 왼쪽> 등 전국어민대표 항의방문단이 지난달 28일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 항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해수부는 남해 EEZ골재채취 기간을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말까지로 연장하는 대신 채취하는 바닷모래의 양을 국토교통부가 요구한 연평균 1287만㎥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650만㎥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역이용협의 의견을 국토부 측에 통보했다.

이에 어업인들은 바닷모래 채취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법적인 대응과 동시에 대규모 해상시위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바닷모래채취, 조건부 연장

해수부는 바닷모래 채취단지 지정연장은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이행한다는 조건부로 채취단지 지정을 연장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수자원공사 발주로 이뤄진 어업피해 조사용역에 대한 추가조사 실시 △채취 해저면 제한 △부유사 방지조치이행 △산란기 바닷모래 채취 중단 △수산자원 상시 모니터링 및 수산자원 회복 프로그램 개발·운영 △골재 채취 해역 관리·감독 및 불법 채취 방지대책 마련·시행 △골재채취 및 운반 중 부유사로 인한 해양오염 실태조사 실시 등을 실시한다는 조건으로 지난 1일부터 1년에 걸쳐 650만㎥를 채취토록 허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EEZ 골재채취 단지 관리자를 수자원 공사에서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으로 변경 △골재원 다변화 및 EEZ모래채취 물량 단계적 축소방안 마련 △골재채취단지 지정해역에 대한 복원방안 검토 △어업인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및 제도개선 협의 등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더불어 해수부는 자체적으로 해양환경관리를 위해 해역이용영향평가법 제정을 추진하고 해양생태계보전협력금 제도개선방안과 옵서버 승선을 통한 골재채취물량 확인 및 관리강화 방안도 마련해 시행함으로써 해역이용협의 의견에 이행력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강용석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즉각적으로 대체 골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우며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금년도에는 우선 채취량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협의의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 회복 불가능한 환경파괴

해수부가 골재채취단지 지정 연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해양환경을 관리해야할 주무부처가 해양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수부는 수산자원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채취물량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동남권 국책사업 등 모래 공급계획을 보면 국책사업용 모래는 344만5000㎥에 그치는 등 여전히 민수용이 차지하는 물량이 많아 이를 ‘최소화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동향보고서를 통해 EEZ의 바닷모래는 1만5000여년전인 간빙기에 형성된 것으로 바닷모래를 채취할 경우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해양환경관리 주무부처가 이를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일본의 골재채취 해역에 대한 보고서와 국내의 골재채취 관련 보고서에는 골재채취로 웅덩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에 빈산소 지역이 형성, 수산생물의 서식지로 적합하지 않은 지역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조업시 안전사고발생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없다. 

과거 국립수산과학원이 바닷모래 채취 해역 인근에서 수산자원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트롤 전개판의 와이어가 2차례가 끊어지는 등 조업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 실행방안은 ‘전무’

해수부가 ‘조건부 재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해수부는 골재수급상황을 감안해 우선 바닷모래 채취를 재개하고 추후에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어업인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선언 수준에 그치고 있는 터라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업인들은 그동안 바닷모래 채취에 대한 관리를 해수부 산하기관이 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현재 국토부측과 협의된 내용에는 관리기관을 해수부 산하기관으로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함께 관리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한 어업인 지원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지원방안이나 지원대책의 이행시점 등에 대한 세부계획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골재원 다변화나 EEZ모래채취 물량 단계적 축소 방안 마련 등도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향후 구체적인 제도개선 일정 등에 대한 부분도 ‘민관협의체 구성’ 또는 ‘제도개선 협의’ 등의 수준인터라 어업인을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바닷모래 불법채취에 대한 관리방안 역시 △모래 채취량과 하역량 일일보고 △옵서버 승선 △하역장 직원배치 등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가하는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국익을 위해 바닷모래채취가 재개돼야 한다면 최소한 바닷모래채취 허가권을 해수부로 이관하고 관리·감독업무는 해수부 산하기관으로 이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한 골재수급계획에서 바닷모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연차별로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어업인 피해에 대한 지원방안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공노성 수협 지도경제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정연송 남해바닷모래채취대책위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항의방문단이 지난단 28일 국토교통부에 항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 국회·수산업계, 일제히 해수부 규탄

해수부가 EEZ 골재채취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한데 대해 국회와 수산업계는 일제히 해수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김영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더불어민주, 부산 진구갑),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 부산 사하구 갑),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 부산 연제구),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 부산 남구을)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 부산 북구강서구갑) 등 의원들은 해수부의 바닷모래 채취 재개 동의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해양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남해 EEZ바닷모래 채취 강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부가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바닷모래채취를 즉각 중단하고 어업인과 수산업계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와 수협중앙회, 지역별 공동대책위원회 등도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해수부가 바닷모래채취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며 “지난달 27일 해수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모두 채취를 전제로 한 것으로 중단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남해 EEZ공대위 관계자도 “어업인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바닷모래채취를 허용한 것은 어업인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며 “어선을 끌고 가서 물리적으로라도 모래채취를 저지하는 동시에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어 우리의 입장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수총에서는 국토부측에 △건축용으로 부적합한 바닷모래를 광범위하게 민간에 공급하는 것의 타당성과 경제성 △환경비용, 어민피해비용 등이 누락된 바닷모래 원가 산정의 적정성 △당초 국책용이라던 바닷모래가 현재 90%가 민간에 판매되는 이유 △4대강 준설토 이용시 골재업자 운송비 증가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두둔하는 이유 △모래가 전체 건설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대체골재 사용시 비용 증감 △모래채취 해역의 원상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KMI 자료에 대한 입장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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