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닷모래채취, 출구없는 갈등
해사채취, 골재업계만 배불리는 격
피해대책위 "정부·골재업계간 유착의혹 진상 밝혀야"
수산자원 피해심각·회복 어려워···예방적 접근 필요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내 바닷모래채취문제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관리 계획 변경 승인 고시를 통해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4개 광구 10.96㎢에서 총 650만㎥ 바닷모래채취를 허가했다.

이 가운데 남해 EEZ바닷모래채취 피해대책위원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수협중앙회 등은 바닷모래채취의 전면금지를 주장하며 대규모 해상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터라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上> 바닷모래채취, 전형적인 외부 불경제
  <下> 바닷모래채취 둘러싼 극한갈등, 해법은

# EEZ모래채취량, 지속적으로 ‘증가’

남해 EEZ의 모래채취량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남해 EEZ의 골재채취단지는 부산의 항만건설에 사용될 모래를 공급하기 위해 2008년 9월에 최초로 지정된 이래 2010년 8월에 1차 변경, 2013년 1월 2차 변경, 2015년 9월에 3차 변경을 거치면서 증가해 왔다.

2008년 당시 바닷모래 채취계획 총량은 3520만㎥이었으나 3차례의 변경을 거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총 6217만9000㎥의 바닷모래가 파헤쳐졌다.

연도별 채취량도 증가세를 보였는데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도별 남해 EEZ모래채취량은 2008년 280만3000㎥으로 시작해 2010년 627만㎥, 2013년 927만4000㎥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1167만1000㎥를 채취했다.

이처럼 바닷모래채취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당초 국책 사업용에 한정했던 용도를 민수용으로 확대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2012년부터 5년간 채취한 바닷모래는 4626만1000㎥인데 이중 국책사업으로 사용된 물량은 676만9000㎥에 그쳤다.

# 민수용 허가되며 국토부 과장이 상임부회장으로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도 활용토록 변경했던 시기에 국토해양부 과장이 한국골재협회 상임부회장으로 취임, 낙하산 인사를 조건으로 국토부가 골재업계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골재협회는 200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상임부회장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9월 남해 EEZ골재채취단지 지정 1차 변경시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변경됐고 2011년 1월에는 임모 전 부산지방항공청 관리과장이 한국골재협회의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014년에는 신모 전 국토부 낙동강홍수통제소장이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 1월에는 심모 전 국토교통부 항공자격과장이 상임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수산업계에서는 이를 정부와 골재업계간 유착관계로 보고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관수용으로만 이용되던 바닷모래가 민수용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한국골재협회 상임부회장으로 국토부 출신 낙하산 인사가 내려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며 “수협중앙회와 남해 EEZ 바닷모래피해대책위는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정부와 골재업계간 유착 의혹의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국민감사청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정부, 골재채취 문제점 알고 있었다

정부는 EEZ 바닷모래채취가 수산자원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국토해양부 해양보전과가 발행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 연구(Ⅵ) 수산자원 분포 및 변동연구’보고서는 해사채취는 저어류의 산란장과 성육장을 감소시키고 어업활동을 저해해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조사해역에 서식하는 주요 수산자원생물들은 저서성 단각류와 요각류 등을 주로 섭취하는 것으로 파악돼 해사채취 동안 발생하는 저서중형동물의 감소는 해양생태계의 먹이연쇄를 통해 수산생물의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으며 해사채취시 발생한 웅덩이로 인해 주변해역에서는 트롤을 연결하는 전개판이 2회 끊어져 조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닷모래채취가 수산자원고갈에 미치는 악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보고서는 △채취방법 개선 및 채취깊이 제한 △주요자원의 산란기간 골재채취 제한 △난·자·치어 출현시기에 골재채취 제한 △자원회복을 위한 방류사업 추진 등을 제안하고 있다.

바닷모래채취가 수산자원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발간한 공식보고서에서조차 바닷모래채취가 어업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는데 피해가 없다는 수자원공사의 보고서를 어떤 어업인이 믿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하며 “환경은 한번 파괴될 경우 회복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익은 골재·건설업계에, 피해는 어업인·국민이

바닷모래채취를 통한 수익은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에 집중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어업인과 국민이 나눠 입는 전형적인 외부불경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닷모래를 채취할 경우 어류의 산란장과 서식지가 파괴, 수산자원을 고갈시키고 웅덩이가 형성된 지역은 어업인들의 조업안전을 위협한다.

또한 수산자원감소에 따른 어획량 감소로 수산물 가격이 급등, 밥상물가를 끌어올리게 돼 결국은 모든 국민이 피해를 입는 구조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선어개류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3.1%를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어개류의 물가지수가 생활물가지수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5.1%를 기록했다.

이처럼 피해는 국민과 어업인이 나눠서 입게 되지만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이익은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에 집중된다.

국토부와 골재업계에서는 ‘골재대란’의 우려를 제기하지만 막대한 양의 4대강 준설토를 관리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골재 가격역시 건설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 주택가격 등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수산자원고갈과 환경문제 등은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 그 수익은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에 집중되는 전형적인 외부불경제”라며 “바닷모래가격 산정시 어업인과 국민이 지불해야하는 환경비용을 가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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