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관리 계획 변경 승인고시를 통해 바닷모래채취를 허가한 것은 어업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바닷모래채취기간을 이달부터 다음해 2월까지 1년간 허용하는 등 조건부라고 하지만 어업인들의 피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우려돼 졸속 행정이란 비난이 크기 때문이다.

바닷모래채취는 당초 부산 항만건설이란 국책사업을 위해 추진됐으나 2010년부터 민수용으로 확대되면서 무분별한 바닷모래채취가 이뤄졌다. 2008년 국책사업 당시 바닷모래 채취계획 총량은 3520만㎥에 불과했으나 민수용으로 확대된 이후 두 배에 가까운 6218만㎥의 바닷모래가 사라졌다.

이 같은 무분별한 바닷모래채취는 수산 동식물의 산란장과 서식지 파괴는 물론 어업생산량을 100만톤 이하로 떨어뜨리는 단초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일반해면어업 생산량은 92만3446톤으로 전년 105만8316톤에 비해 13만톤이 줄어든데다 최고점을 기록한 1986년 173만톤에 비해서는 무려 46%나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닷모래채취로 인한 어업 피해를 정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방치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2010년 발행한 ‘해사채취 친환경적 관리방안 연구 수산자원 분포 및 변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사채취는 저어류의 산란장과 성육장을 감소시키고 어업활동을 저해해 어업인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돼 있다. 해사채취 동안에는 해양생태계의 먹이연쇄를 통해 수산생물의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와 동시에 주변해역에서의 조업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한 것은 어업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바닷모래 채취를 통한 수익은 골재업계와 건설업계가 가져가고, 이로 인한 피해는 어업인과 소비자들에게 돌아와 전형적인 외부불경제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남해 EEZ 골재채취 허가 배경에 대한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이제라도 수산자원 고갈로 인한 어업인들의 피해와 소비자들의 부담 증가를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이익 불평등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 어업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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