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별 규모화·브랜드 관리·블루오션 창출 등 모범사례

▲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농업학습단체 '품목농업인연구회'는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 간 주기적인 정보교류회의 및 선진지 견학 등을 개최하고 있다.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 등 대내외적인 파고 속에 농가인구의 고령화, 도농·농가간의 소득격차, 영세농 비중의 확대 등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인 스스로 자율적인 연구 모임을 결성, 스스로 해결책을 강구해 한국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품목농업인연구회’가 있다.

▲ 농업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농업학습단체 '품목농업인연구회'는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 간 주기적인 정보교류회의 및 선진지 견학 등을 개최하고 있다.

#품목농업인연구회는

품목농업인연구회는 농촌진흥사업의 효율적 추진과 세계 농촌지도체계의 변화에 맞춰 지도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1994년 결성돼 지난해말 기준 3239개회 15만3000명의 회원을 구축하고 있다.

품목농업인연구회는 동일 품목을 취급하는 농업인들이 경제적 이익 실현을 위해 자율적으로 조직, 농촌지도기관에 등록한 모임으로 △집단지도를 통한 지도사업의 효율성과 전문성 제고 △지역별 특성화된 품목 중심의 연구모임 조직을 육성, 농업경쟁력 제고 △품목별 새로운 기술정보 네트워크 구축 및 협동 경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 등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품목농업인연구회는 연구회 활동수준별 3단계로 분류된다. 우선 회칙제정과 자금조성 등을 구축한 기본수준의 ‘기초단계’가 있으며, 공동생산·판매·유통 등으로 진보한 ‘발전단계’, 품질인증과 법인체를 구성한 ‘자립단계’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말 기준 기초단계는 880개회(27.2%), 발전단계 1494개회(46.1%) 그리고 자립단계는 865개회(26.7%) 수준이다.

#품목농업인연구회 발전의 해답은 ‘조직화’

농촌진흥청은 농촌지도공무원의 지방직화로 인한 인력감소 문제해결과 자율학습 역량 강화를 위해 품목농업인연구회를 집단지도 방식으로 육성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학습조직의 태생적 성격으로 인해 효율적인 조직경영 및 관리체계 미흡, 유통 조직력·사업조직화에 한계를 보여 실질적인 소득증대 활동이 미흡하다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한 생산·기술중심의 지도사업으로 농산물유통 네트워크 및 소비자의 니즈 파악 등이 부족해 소비시장과의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사업의 효율적 수행과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품목농업인연구회가 농가단위의 경쟁력 한계를 극복하고 조직체 단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가공, 유통 등 결합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한 중앙정부 중심의 과거 농업정책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 충족과 지역의 특성과 개성을 높일 수 있는 지역농업 개발의 필요성도 품목농업인연구회 조직화의 당위성으로 거론되고 있다.

농진청은 연구회의 효율적 조직운영을 위한 조직구성과 범위 등을 재정비해 읍면동 단위 연구회를 시군단위 이상 품목연구회로 통합 조정하고 이를 도연합회, 전국연합회 형태로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조직 유형별 품목농업인연구회 구분 및 맞춤형 관리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본지-농촌진흥청 연중 기획, 품목농업인연구회 역량강화

본지는 농진청과 공동으로 연중 기획을 통해 각 지역에서 개성과 특성을 발휘해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고 조직화하고 있는 연구회의 활동사례를 20회에 거쳐 소개한다. 특히 품목별 규모화·조직화, 고품질, 브랜드 관리, 유통채널 다양화 및 블루오션 창출 등 각 분야별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핵심기술들을 기획 보도, 연구회의 조직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코자 한다. 아울러 품목농업인연구회 조직화를 위한 관련세미나 및 전문가토론회 등을 개최, 연구회의 경쟁력 강화 및 활성화를 도모코자 한다.

# [전문가제언]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 뭉치면 살고, 함께 하면 더 잘 산다

종(種)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 Darwin)은 ‘살아남는 종은 크게 힘 센 종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이 큰 종’이라고 말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익숙한 환경에만 안주하면 어느 틈에 설자리를 잃게 돼 결국 낙오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농업도 예외일 순 없다. 농업은 다른 산업분야와 비교했을 때 변화의 속도와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농업=1차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6차산업화를 시도하거나, 모바일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보해 부가가치를 올리려는 노력을 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농산물 공급이 부족했던 시대에는 개별 농가가 보유한 생산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생산만 잘 해놓으면 시장에서 제 값 그 이상을 받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 과잉과 수익구조 악화, 기후변화, 농산물시장 개방 등 대내외적으로 농업환경이 달라지면서 소득 보전은 물론 생존을 위해 변화를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그야말로 변해야 살 수 있다.

요즘 주경야독하는 농업인들이 크게 늘었다. 스스로 학습조직을 구성해 농업기술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면서 농업에 전문성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품목별농업인연구회이다.

농진청에서는 농업인들의 시장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1994년부터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품목별 농업인연구회를 조직해 지원해 오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3239개 연구회, 15만3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연구회에서는 품목별 생산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현장 벤치마킹을 통해 최고 농업인이 되기 위한 머리를 모은다.

더 나아가 학습조직에서 공동사업조직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동일한 품목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모여 품목연구회를 만들고 공동구매, 공동판매, 공동정산 법인화, 유통조직화 등을 통해 회원농가의 소득증대 활동을 하는 연구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율학습조직이라 유통 조직력과 사업조직화의 한계는 있지만 강력한 리더십과 협동심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우수한 현장 활동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농산물유통 네트워크와 소비자 수요를 파악해 시장과 연계하거나 농가단위의 경쟁력 한계를 극복하고 조직체 단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공·유통 분야까지 융·복합하려는 우수연구회의 시도도 눈여겨 볼만하다.

농산물의 생산과잉과 수급조절 실패 문제는 품목별 조직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자 제언이다. 전국적으로 품목별 단체가 조직되면 좋겠지만 개별농업인의 영농규모가 작고 산지가 분산돼 있는 우리 농업·농촌 구조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과제이다. 차근차근 단단하게 조직화를 일궈나갈 수 있도록 기반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농업인들도 자조, 자립, 자율정신을 바탕으로 협력 체제를 구축해 농산물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유통비용을 줄여 농가소득이 보장될 수 있도록 품목생산자조직에 힘써야 한다.

품목 조직화·사업화의 주체인 연구회 회원들의 우수활동 사례와 성공요인을 공유하면서 활동내용과 수준을 고려한 단계별·목적별 맞춤형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변화의 주인공이자 대한민국 농업호의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효율적 조직운영과 관리역량 제고 등으로 생산과 유통이 연계된 품목농업인연구모임이 지역농업을 선도하고 우리농업의 경쟁력제고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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