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영도매시장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유통경로 간 경쟁 속에서 공영도매시장을 더욱 위축되고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전액 투자해 개설한 공영도매시장 33개소가 전국에 개설돼 운영되고 있으며 공영도매시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통해 효율적이고 원활한 농수산물 유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 완벽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매를 통한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신속한 대금결제, 유통정보 공개 등의 농수산물 유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근래 공영도매시장에서는 본연의 역할을 무시한 채 시장 구성원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형국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미흡한 시장도매인제의 무리한 도입 요구, 예외적으로 운영돼야 할 상장예외(비상장, 중도매인 직접)거래 품목의 확대 등 공익성과 공정성을 무시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부산도매시장 중도매인의 농산물 바꿔치기와 광주도매시장의 중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의 기록상장, 상장예외거래 등 불법거래가 적발돼 고발되는 등 공영도매시장이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를 해야 하는 본연의 기능에 미흡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영도매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시키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개설자가 제시한 해결방안이 공영도매시장의 본래의 설립 목적인 공정성과 투명성에 반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제시된 방안이 공영도매시장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토록 하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고 구성원들의 이해득실에 초점이 맞춰져 비전문가인 개설자 및 개설시의회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데 문제다.

그 예로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가 관내 도매시장의 부당거래에 대한 감사결과에 따라 상장예외거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광주시의회는 조례를 개정해 상장예외거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도매인은 원칙적으로 집하가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불법적으로 집하기능을 수행해 온 것이 문제였지만 이를 원칙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오히려 상장예외거래 품목으로 지정해 불법을 합법화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영도매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도매법인의 지정, 중도매업의 허가 등 도매시장 운영의 핵심적인 권한을 개설자가 행사하는데, 개설시의 전문성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전문성이 부족한 의회의 잘못된 입법 활동을 누구도 저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결과로 공영도매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은 희석되고 조례개정이라는 쉽고 단순한 방법을 선택해 결국 공영도매시장의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안과는 상반된 잘못된 민원해결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영도매시장의 관리·운영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고 특히 도매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매법인의 지정권은 중앙정부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 강화를 위해 전국 공영도매시장을 일괄 통제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소비자인 시민의 입장이 우선인 개설자가 중앙정부의 시책에 반하는 제도운영으로 일관된 정책 추진에 엇박자를 내는 등의 한계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영도매시장은 영세한 농가의 안정적 출하처로서 역할이 계속 강화돼야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인 공익성과 공정성이 충분히 확보되고 우선되도록 거래방법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동혁 (사)한국식품유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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