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바닷모래채취, 출구없는 갈등 下-바닷모래채취 둘러싼 극한갈등, 해법은
채취단지 복원·어업인 피해보전 등 필요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남해EEZ(배타적경제수역)바닷모래채취피해대책위원회는 어선을 동원해 대규모 해상시위에 나섰으며 수협중앙회에서는 바닷모래채취기간 연장과 관련한 법적대응에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어업인의 강한 반발에도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바닷모래채취를 위한 업체선정절차에 들어가 향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上-바닷모래채취, 전형적인 외부 불경제
  下-바닷모래채취 둘러싼 극한갈등, 해법은

 # 해수부 침묵에 해체론 ‘급부상’

해양수산부는 바닷모래채취를 중단하라는 어업인과 전면재검토를 주문하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업인들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바닷모래채취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으며 이를 위해 해수부가 국토부와의 협의에서 적극적으로 반대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 농해수위는 EEZ모래채취 반대 결의안을 내고 모래 채취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으며 지난 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현안보고에서는 바닷모래채취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국회와 수산업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는 ‘골재수급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면서 재검토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어업인과 국토부간의 문제였던 바닷모래채취 문제가 어업인과 해수부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어업인들은 ‘주요 현안에서 어업인을 대변하지 못하는 해수부는 필요없다’며 해수부 해체론을 이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관계자는 “수산업계에서 해수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해수부가 수산인을 대변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며 “해수부는 지난해 고등어 미세먼지 논란, 콜레라 등 수산물 수요를 급감시킬 이슈에 침묵하더니 바닷모래채취에는 한술 더 떠 국토부의 역성을 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남해 EEZ바닷모래채취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도 “지난 8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에서 의원들이 바닷모래채취 전면재검토를 집요하게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수부 장관이 바닷모래채취를 재검토하겠다고 답하지 않는 걸 보고 기가 찼다”며 “주요 정책고객인 어업인의 이익보다 골재업계와 건설업계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수부는 해체하는 것이 수산업계의 발전에 오히려 낫다”고 강조했다.

# 꺼낼 카드 없는 정부

바닷모래채취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정부에서 어업인을 설득하기 위해 꺼내들 카드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업인들은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대신 4대강 사업으로 전국 곳곳에 적치된 준설토를 사용할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골재는 부피가 큰 상품으로 건설현장이 골재원으로부터 50km이상 떨어질 경우 채산성이 없다며 준설토 사용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또한 해수부 역시 국토부의 이같은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일단 바닷모래채취를 그대로 진행하되 △어업피해 조사용역 추가조사 실시 △채취해저면 제한 △부유사 방지조치 이행 △산란기 채취중단 △수산자원 상시모니터링 및 수산자원 회복프로그램 운영 △채취 해역 관리·감독강화 △바닷모래채취물량 단계적 축소방안 마련 △골재채취단지 지정 해역 복원방안검토 등 13가지 조건을 이행하는 것을 내걸었다.

하지만 해수부가 이행조건을 내건 13가지 요건은 어업인들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우선 채취해저면을 10m로 제한하는 것은 일본의 사례로 볼 때 과도하게 깊이 채취하는 것이며 부유사 방지조치 역시 이행되는지 확인이 쉽지 않다.

더불어 수산자원 회복프로그램 역시 예산도,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골재채취단지 지정해역은 사실상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바닷모래채취문제가 극한의 대립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 구체적 방안 제시가 중요

바닷모래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언적인 이행조건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어업인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을 세부적으로 제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바닷모래채취를 언제 중단할 것인지 명확하게 밝힐 필요성이 제기된다.

2008년 9월 바닷모래채취가 시작된 이래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바닷모래를 파헤쳐왔지만 골재원다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어업인들이 해수부와 국토부에서 밝힌 ‘단계적 축소’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또한 어업인들에 대한 피해보전대책과 수산자원회복 프로그램, 채취해역 복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제시한 방안은 ‘검토’한다는 그 이상의 수준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정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업자원연구실장은 “정부에서는 여주 준설토를 이용하는 문제가 운송비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어업인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골재업자가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애초에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시장경제에서 비용요인이 추가로 발생하면 이를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흡수시키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업인들을 설득하려면 바닷모래채취를 최소화하기 위해 4대강 준설토 이용에 따른 운송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정도의 성의는 보여야 할 것”이라며 “또한 언제 바닷모래채취를 전면 중단할 것인지, 채취단지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수산자원 고갈에 따른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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