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청과직판상인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청과상인들이 가락몰 이전을 강력 반대하면서 도매권역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총 3단계 사업으로 진행, 현재까지 도소매분리를 목적으로 한 1단계가 마무리된 상태이다. 이제부터는 2단계로 도매권역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청과직판상인들이 1단계 사업으로 완공된 가락몰로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청과물 판매공간이 지하에 배치되면서 두터운 벽에 부딪쳤다. 청과상인들은 청과물 판매의 우선 조건이 신선과 쾌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울시측이 이를 무시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공기 순환도 제대로 안되는 지하에서 청과물을 구입하겠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같은 품목을 판매하는 2층에는 전용도로까지 설치해 지하에서는 도저히 영업을 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반발이다. 지상에 비해 지하는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상권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화사업을 위한 가락시장 설계 시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잦은 설계변경과 전체 공간 배치를 고려하면서 이를 간과한 측면도 있어 감정까지 섞인 상태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 청과상인 입장에서는 서운할 법도 하겠으나 소비자의 편리와 농어민들의 소득감소를 언제까지고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을 통해 농수산물의 위생 및 안전성을 제고하고, 물류, 유통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와 농어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자는 게 이 사업의 근본취지이다. 이 같은 명분으로 인해 국민의 혈세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 만큼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된다.

서울시와 공사측은 청과상인들의 주장을 진심으로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물론 물류개선을 비롯해 시설개선, 영업활성화 지원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을 들먹이고, 전기를 끊겠다는 식의 언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과상인측 역시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체부지를 달라거나, 기존 영업장을 포함해 가락몰의 전면 재배치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도 같다.

서로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려고 해서는 양측 모두 상처만 깊어질 뿐이다. 더욱이 소비자 및 농어민을 볼모로 해서는 여론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의 원활한 추진만이 양측의 이익은 물론 근본 취지를 달성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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